올해도 천안시는 편성예산의 10%를 절감하기로 했다. ‘130억원’이나 아낄 수 있다고 자랑이다. 경기가 안좋다 보니 별 수단이 다 동원된다. 시민 입장에선 시행정이 사용하는 ‘절감’이란 용어가 듣기 좋아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10% 절감’이 가능한 얘기인가 문득 의문이 든다.
필요한 예산을 올리는 것도, 깎는 것도 모두 공무원이다. 10% 절감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으니 10%가 깎여질 것을 대비해 10%를 올려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누가 알겠는가! 물론 모든 공무원이 그런 건 아닐테니, 시민의 세금을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보이는 행태일 것이다.
반면 처음부터 ‘최소한’의 예산을 올린 공무원은 없었을까.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긴축예산 편성의 전형적인 모델로 예산을 책정했지만 느닷없이 ‘무조건 10% 삭감’이란 지시를 받았을때 어떤 생각이 들까.
어떤 일은 ‘해도 그만’이 있지만, 또 어떤 일은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 아주 가끔 공무원의 불만을 듣게 된다. “예산을 깎으니, 원래 계획이 수정될 수 밖에 없다”고 푸념하는 것을 말이다.
천안시 공무원은 과연 사전에 10%의 여유를 남겨 놓았을까, 아님 여유를 없앴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요만큼’의 예산이 꼭 필요한데도 지난해 ‘10% 절감’을 기억하지 못하진 않겠지 싶다.
‘10% 절감’이 공무원들 머릿속에 있는 이상, 처음부터 제대로 된 예산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공연히 생색을 앞세울 게 아니라, 정말 경기가 어렵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예산편성을 하도록 권면함이 마땅하다. 그래도 공무원 개개인의 삶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니 객관적 비교가 가능하지 않다면 그들의 양심과 정직에 호소해볼 일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