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다. 장인정신에도 관심이 없다. 유일한 관심은 새로움이다.”
작가 헬무트 크로네가 한 말이다.
예술이 극히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걸 알까? 김재준씨는 그의 저서 「화가처럼 생각하기」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우리의 맹목적 교육열과도 관련이 있다. 책은 참조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그저 수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가치를 두는 교육관의 폐해를 우리는 얼마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이 만들어지는 시스템, 나아가서 창조성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창의성의 에너지는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풍부하게 얻어낼 수 있다.
충남도예총(성정동 선경아파트 정문 앞) 사무실 내에 자리잡은 지원센터.
지원센터 ‘창의력, 우리가 도울께’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센터장 안수영)’가 성정동 충남도예총 사무실 한 켠에 문을 연 지 8개월이 지나고 있다. 센터가 내세운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올바른 가치 정착, 참여기회 확대, 내실화, 향유자 중심의 정책기반 조성, 지역 특성화사업 등. 부족한 예산과 인식에도 지원센터 사업은 올해 많은 사업 아이템을 세워놓고 착실히 진행해 나가고 있다.
임선영 센터팀장은 지원센터의 취지를 간추려 딱부러지게 정의를 내린다.
“우리가 하는 일은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아닌 ‘문화예술을 통한 창의력 개발’에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적능력은 몹시 뛰어나지만, 그에 훨씬 못미치는 창의성은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죠. 창의성을 개발하지 않고서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건 어려운 얘기에요.”
지원센터 설립배경에는 이런 절박함이 숨어있다.
그런데 천안의 예술에는 창의성이 얼마나 묻어나는가.
실제 지역예술인들이 벌이는 각종 예술행위에서 창의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거리예술은 고사하고, 실내 전시행태나 작품마저 대부분 식상하다.
한 예술가는 인터넷토론방에서 ‘평범함은 진부하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평범함을 벗어난 작품활동은 진부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품세계에서 ‘평범하다’는 뜻은 적어도 아무생각 없이, 단순모방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찾아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기교만으론 일반인을 앞서있는 것이 예술인이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기교만으로 이뤄졌다면 모독이다.
창의성은 더 나은 삶에 도움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예술을 수단으로 삼는 창의력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체로 생계고에 빠져있는 예술인들에게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창의성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나은 세계로 바꿀 수 있다”고 김재준씨는 강조한다. 그가 발견해낸 2만불 이상 국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스로 창출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 덧붙여 순수미술은 그중 가장 창의적인 작업이며, 실제 훌륭한 화가가 많은 나라에 뛰어난 과학자도 많다는 게 그의 연구지론이다.
임선영 팀장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들, 특히 지역예술인들의 창의성은 현격히 떨어져 있다. 더군다나 일반인과의 소통은 단절된 지 오래. 웬만한 전시회에 가봐도 관람객이 없는 ‘죽은 전시회’가 대부분이다.
“창의성을 발현하기에 지역예술은 손익분기점이 맞지 않습니다. 지역시장이 작다 보니 제대로 된 예술활동을 펼 수 없고, 그러다 보니 관에 의지한다든가 일명 끼리끼리 예술만족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이죠.”
지원센터 역할이 일반인들의 창의력 개발을 위해 예술을 수단으로 삼자는 것은 다행한 일. 늦게나마 정부가 그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국에 ‘창의성 개발’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게 태어난 충남지원센터는 창의성 있는 예술행위의 활성화를 위해 크게 학교문화예술지원사업, 사회문화예술지원사업, 인력양성의 3가지를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센터와 함께 한 천안예술이 창의성의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닐 때가 언제일까.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