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복지위원회 감사 전경
‘2009 행정사무감사’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 11월24일부터 시작한 행감은 5대 의원들의 마지막 행감이기도 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의욕을 앞세우는 의원도 있고, 평상시의 성실한 모습대로 임하는 의원도 있다. 반면 ‘좋은 인상’만 남기려다 존재감마저 희박한 의원들도 맥없이 앉아있기도 한 행감장. 어느 의정활동보다 가장 시의원 자질이 구분되는 곳이기도 하다.
유관순동상 건립절차 의문 ‘어디서 신발끈 매?’
유관순동상 건립절차는 과연 투명한가?
장기수 의원이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의회 절차를 무시한 것을 지적했다. 시의원을 심사위원으로 위촉시 의회에 추천을 의뢰토록 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직접 모 시의원을 위촉한 것은 무슨 이유냐고 물었다. 사적관리소측은 ‘의원이 유관순건립추진위원회 위원이라 넣게 됐다’며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밟게 돼있는 의회조차 자의적으로 선정했는데, 나머지 (심사위원 선정)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거냐”고 호통쳤다.
해명하는 공무원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심사 지표점수를 변경한 것과, 고증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은 등의 의심을 스스로 산 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사적관리소측은 지표점수 변경과 관련해선 ‘정당한 절차’였음을 주장했고, 고증전문가에 대해선 해당 대학교수가 이미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오해를 살까봐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자관광지도 ‘천안시청도 안나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지’
이번 행감에서 의원들은 간혹 타 지역과 비교하면서 문제점을 짚어내는 게 눈에 띈다. 특히 천안축구센터와 함께 ‘전자관광지도’ 용역이 비슷한 조건에서 초라한 실적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수희의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장기수 의원은 올해 5700만원이나 들인 전자관광지도의 문제점을 들췄다. “아무리 관광지와 숙박업소 중심으로 했다지만 두정동이나 유관순체육관을 치면 안나온다. 하물며 천안역이나 천안시청을 쳐도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하자보수’ 성격으로 보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그러나 이성규 문화관광과장은 “하자라고 보긴 어렵다. 처음부터 관광지와 숙박업소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관공서나 법정동 등 주요지점을 표기하려면 예산을 추가로 배정해야 한다”며 용역을 담당한 공주대측과 협의해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수 의원은 “용역사업은 처음부터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상미디어센터 ‘동아리공간 어디에 둘까?’
영상미디어센터도 타 지역과 비교가 됐다.
전종한 의원은 “전국 13개 센터 중 최저수준인 4명이 근무하고 있다. 핵심시설인 비디오스튜디오가 없는 곳도 천안이 유일하고 주민동아리 공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로시설부서가 이전하면 지하공간이 여유공간으로 유일한데, 그곳을 주민동아리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문화관광과측은 ‘지하공간은 예전에 식당을 했던 자리고, 인테리어비도 많이 들어갈 것이다. 청소년 수련관이 인접해 들어오면 그곳을 공간활용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같은 건물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고, 시는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나 따져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마음연수회 ‘취지를 곱씹자’
시청공무원들의 단합대회인 한마음연수회의 정체성은?
“해병대 체험캠프는 일반기업에서 영업이나 마케팅 등 집체적 목표의식이 필요할 때 하는 것인데 공무원조직은 공동체 의식이 강한 집단 아니냐. 오히려 창조적, 혁신적, 고개만족 등과 연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전종한 의원은 공무원들이 매년 해병대 체험캠프를 가는 이유를 몹시 궁금해했다.
조광희 평생학습과장은 “처음 도입 계기는 공직분위기 쇄신이나 정신교육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시작했다”며 “충분히 공감하며 연수방향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천안시는 여름에 해병대체험과 함께 가을에 녹색체험에 따른 지리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장기수 의원은 “한마음연수와 해병대극기체험은 그래도 취지가 맞지만, 녹색성장과 지리산 등반은 일치하지 않는다. 강사도 훈련 안내요원이지 녹색성장과 관련 없지 않냐”고 비판했다.
서장근 주민생활지원국장은 “해병대 체험을 해보니까 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래서 여름은 바다, 가을은 산을 택하게 됐다”며 “앞으로 목적과 실질운영이 같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학교시설 주민활용도 높이자
전종한 의원이 학교시설은 정말 쓰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다목적 강당 등 시가 지원도 많이 하는데, 실제 이용하려면 해당 교장과 협의해야 하는 등 무척 어렵다는 것. 이런 이유로 큰 틀에서 교육청과 협의해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실비 정도로 사용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수 의원도 “지역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도 실제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학습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모든 시설이 개방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가 지원하는 시설만이라도 한 문구 넣어주면 좋겠다. 사용할 때를 위해서 양해각서 등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광희 평생학습과장은 “좋은 말씀 감사하다”고 말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것을 시사했다.
도시락배달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해라’
의원들이 '즐거운 밥상'에서 배달해온 점심도시락을 먹고 있다.
“결식아동 지원선정방식을 바꿔라.”
의원들의 입김이 거셌다. 특히 장기수 의원은 도시락 사업의 역사까지 언급하며 ‘경쟁입찰’의 문제점을 짚었다. 대게 수의계약을 투명성이 적다 해서 경쟁입찰로 돌리려는 것이 의원들의 입장. 하지만 도시락 배달사업과 관련해서만은 경쟁입찰을 수의계약으로 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2006년 건빵도시락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당 2500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취지를 알아야 된다. 취지는 그것 가지고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공의 자원을 활용해서 양질의 도시락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사기업에 주지 말라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도시락 배달사업은 어려운 이들이 모여 자활을 일구는 자율공동체 ‘즐거운 밥상’에서 맡아했지만 천안시는 올해 입찰계약으로 타 일반업체가 선정된 상황. 동남구 주민복지과는 관련 위원회에서 정체업체 현지실사 등을 통해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해명했지만 의원들의 합심감사에 주눅이 들었다.
전종한 의원은 “입찰경쟁에서 자율공동체에 불이익을 준 건 아니지만, 지역사회 어려운 사람들이 자활을 위해 노력하는 곳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맞지 않냐”고 물었다. 일자리도 창출하고 유익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입찰방식에 따라 일거리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전종배 위원장은 “의원들 입장은 지침대로 하라는 얘기다. 내년 업체선정 다시 하는데 중앙지침대로 할 건지 답을 달라”고 정리했다.
이에 주민복지과측은 ‘공부 좀 해봐야 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학수 기자>
자잘한, 그러나 의미있는…
"행감에 정직하게 임할 것을 선서합니다."
▶사적관리소에서 공익요원이 하는 일은?
전종한 의원은 “활용도 높은 공익요원들을 단순히 입장객 수 세는데 쓰느냐”고 문제삼았다.
▶사이버 평생학습센터 ‘낮에는 잠을 자나?’
이충재 의원은 “저녁시간대는 모르겠지만, 낮시간대는 이용율이 제로상태다.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천안시민문화회관 행감 ‘제일빨라’
전종배위원장이 “하실 말씀 해주세요”하자 김희순 관장은 협소한 주차장 부지가 문제라고 말한다. 2~3분 지났을까 말까 한 시간. 의원들은 저마다 “기록을 남기고 가셔”, 또는 “이런 적 처음이야”라며 한마디씩 하며 행감을 끝냈다.
▶신종플루, 전문가는 보건소 아닌가?
전종한 의원은 “신종플루 때문에 대형 문화예술 행사들이 취소됐다. 전문가 판단을 필요로 할때 보건소의 역할이 미비했던 것은 아니냐. 취소여부 등과 관련한 판단은 보건소가 본연의 특성에 맞게 능동적으로 처리했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보건과장님, 감사준비 해왔나요?”
보건소 보건과 행감. 바로 답변이 안되고, 뒤에서 귓속말 도움을 줘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자 전종배 위원장은 ‘10분 정회’를 한 후 “팀장들이 미리 얘기좀 해달라.
<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