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도심에 있는 봉서산 자락. 담뱃불씨에도 금방 불이 붙어버릴 것 같은 바싹 마른 낙엽들이 가득 쌓여 산불발생 위험을 알리고 있다.
“바스락, 바스락”
봉서산 등산로길. 오후 2시의 한적한 시간대에도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다. 바싹 마른 낙엽들이 장단이라도 맞추듯 그들의 발 밑에 깔려 ‘바스락’ 소리를 낸다.
이런 때엔 ‘산불’을 낼까 조심해야 한다. 단풍이 울긋불긋한 예쁜 산도 담뱃불 하나로 잿더미로 변하기 때문이다. 건조한 기후와 산들거리는 바람은 산불에 약하다.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수백만㎡를 홀랑 태워 버린다. 지난 2002년에도 광덕산 한쪽이 산불로 무너졌다. 생태계의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다시 복구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투자돼야 한다.
산림청은 지난 1일부터 12월15일까지를 ‘산불강조기간’으로 정하고 가을철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안시도 산불방지대책을 세우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천안시는 최근 몇 년간 산불피해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충남도내에선 최근 5년간 ‘연평균 6건’이 가을철에 발생, 2.3㏊씩 파괴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철엔 1건(0.9㏊)만 발생해 다행이었지만, 올해는 가을가뭄의 지속과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등산인구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관계자들의 고민이 크다.
천안시도 신발끈을 바짝 동여매고 ‘산불발생 제로화’에 나섰다.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산감기동대와 산림보호감시원 순찰을 대폭 강화했으며 산불발생시 일사분란한 통합지휘체계로 조기 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일단 산불발생위험이 높은 이 기간에는 기강여건을 고려하면서 ‘입산통제·등산로 폐쇄’ 조치로 발생확률을 낮추는데 초점을 뒀다. 대부분 ‘입산자 실화’로 발생하는 가을산불의 경우, 입산자가 적다면 그만큼 산불이 날 확률도 줄어든다는 계산. 입산자 실화 외에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는 산림과 연접한 농경지로부터 옮겨붙는 경우로, 이에 대해서는 농산쓰레기와 폐비닐 등을 사전에 수거하고, 마을방송과 차량방송으로 반복적인 주의를 주기로 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철저한 홍보와 지도단속으로 산불발생을 예방하겠다”며 시민들도 산행에 있어 라이터나 성냥 등은 일체 갖고 가지 않는 ‘문화시민’이 돼줄 것을 당부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