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자라 대게 포크레인으로 수확한다.
천안 노총각이 ‘사고’ 한번 치려 벼르고 있다.
풍세면 용정리에 사는 이용덕(41)씨. 농촌에 사는 장남에게 결혼은 쉽지 않은 일, 총각딱지 한번 떼보려 국제결혼을 하려다 덜컥 상처만 입고 말았다. ‘건강한 심신’이 가장 큰 매력인줄만 알았던 순진함이 ‘세상은 그런게 아냐’ 하는 처세에 당했다. 90년 초, 한때 괜찮은 직장생활을 전전했던 그였지만, 회사사정과 IMF의 파고 속에 연연해하며 움켜쥐던 세상손을 놓고 말았다.
“내 삶은 농촌생활이 딱이란 걸 알았습니다. 목 쥔 넥타이가 답답해서 못 버티겠는 걸요.”
농촌에 한발을 집어넣으니 그간 아스라한 안개속에 있던 자신의 삶이 어느 순간 싹 걷혔다. 98년쯤엔가 산삼과 비견되는 ‘마’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특용작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그의 열성과 오기가 발동하면서 농업기술센터는 집과 밭밖에 모르는 그에게 ‘제3의 가족’이 돼주었다.
악착같은 노력 끝에 ‘마 전문가’가 다 돼버린 그. 지난 4일(수) 토질이 좋아보여 임대한 밭에서 서너개를 캐보곤 “와, 이렇게 자란 마는 상품가치가 높아요. 기자님 덕분인 것 같으니 요것 좀 가져가세요” 한다. 멋진 마를 보곤 마음도 덩달아 후덕해진다.
내년쯤에 영농법인을 만들어 마, 더덕, 도라지, 잔대 4가지를 크게 해볼 생각이다. “진짜는 잔대에요. 아직 실전적 재배연구기술이 없는 터라 제가 작년에 신청했죠. 농업기술센터와 도 기술청을 거쳐 농촌진흥청의 허락을 받아냈죠. 연구논문을 쓰고 있는데, 3년차인 내년에 완료될 거예요. 천안을 ‘잔대 주산지’로 삼고,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 꿈이죠.”
잔대는 귀한 약재에 속한다. 뱀이나 농약, 중금속, 화학약품 등 온갖 독을 푸는데 묘한 힘이 있는 약초로, 옛 기록에도 ‘백가지 독을 푸는 약초는 오직 잔대 뿐’이라고 한다.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더덕처럼 양념을 해서 구워 반찬으로 먹어도 맛이 있다. 살결이 고와지는 것은 물론이며, 마른 사람이 장복하면 살이 찌며 힘이 난다. 산도라지처럼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도 효과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갈증도 멈추게 하고 여성들에게 있어 산후풍, 자궁염, 생리불순, 자궁출혈 등 온갖 부인병에도 효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와 더덕은 제 생계를 책임질 거고요, 잔대재배의 전국보급화는 필생의 사업목표로 삼아 진력할 거예요.”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부모를 모시는 장남으로서, 인생의 반려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싶음도 마음 한구석엔 오롯이 ‘시급한 목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도전해볼 참이다. 문의/ 010-9524-0315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