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차익을 통한 양도소득세 포탈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지 9개월 여. 송건섭(59) 전 시의장은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의 명예나 심신은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논란에 휩싸이자 의장(의원)직을 내놓으면서 “후반기 의장을 마지막 정치로 삼겠다”는 소망도 사라졌다. 게다가 그를 선택해준 선거구민들에게 ‘만기전역’의 성실함도 보여줄 수 없게 됐다. 어디서 꼬인 걸까.
지난 5일(목) 송 전 의장과 만난 천안시청 옆 공원벤치에서 마주앉아 ‘힘겨운 그간 여정’을 함께 돌아봤다.
▶무죄판결을 받고 원망스런 점은 없었나.
-누굴 원망하겠나. 죄가 있는가를 말하라면 ‘깨끗하다’고 자신하지만, ‘참외밭에서 신발끈을 맨 것’은 내가 자초한 화다. 공인으로서 해선 안되는 의혹을 제공한 내 잘못이 크다. 그래서 유구무언이다.
▶그렇다면 불법혐의에 대해선 완전히 자유롭다는 얘긴가.
-처음부터 그랬다. 가까운 친구가 자신에게 투자할 것을 권했고, 마침 땅 판 돈이 있어 맡겼을 뿐이다. 실제 문제가 된 개발업체나 업자들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다. 친구에게 이자이익도 기대했지만, 원금만을 돌려받았어도 개의치 않았다. 전에도 투자를 함께 했었고, 그가 어디에 어떻게 하는 지도 몰랐었다. 어떤 의도였든 ‘전매차익을 통한 양도소득세 포탈혐의’였지만 그간 수사를 통해 법원이 내린 결론은 ‘무죄’였다.
▶검찰이 근거없이 문제삼진 않았을 것 아닌가.
-내가 파악하기로는 단순히 ‘의장비리혐의건’을 파헤친 게 아니다. 물증이 없지만 첫 단추가 그렇게 끼워졌다는 심증만 남는다. 여하튼 검찰이 기소하고 통장자금을 추적했지만, 밝혀낸 건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유동 뿐이고, 그게 내가 정직하게 살아온 사실이다. 오히려 안좋게 봤던 사람들이 조사과정을 통해 내 진면목을 알리게 된 것은 위안이다.
▶좋은 철학과 정당성을 가졌다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뭔가.
-이제와서 후회도 있지만, 딱 부러지는 화법 때문이다. 나를 평하는 사람들은 ‘좋든가 나쁘든가’ 둘 중 하나다. 아닌 건 아닌 것으로 잘라 말하는 내 성격에서 생기는 문제다.
▶혐의를 받았지만 무죄였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없던 일로 되돌아갈 수도 없도 없는데, 가해자는 존재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공인이라면 일말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인을 따져보자면, 검찰은 첩보에 의해 내사를 했고 그것을 언론이 다루고 지역사회가 알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게 현 사회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하는 우리사회이고 보면, 독과 약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나부터 시작된 잘못이 이런 파장을 불고 왔다.
▶정당했다면 의장직을 갖고 대응할 수는 없었나.
-만약 나를 먼저 내세웠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욕심이다. 법적소송으로 1년 가까이 보냈는데, 그동안 시의회는 문제혐의를 안고있는 의장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될 리 없었을 거다. 내가 떠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게 중요했다. 전반기에 의장에 나섰다가 누군가 인터넷에 모함한 글이 올라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의장후보를 그만 둔 후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시비를 가렸고, 해당 신문사는 사과하고 정정기사를 내고, 기사내용을 삭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적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무엇을 할까 생각은 없다. 당분간 쉴 생각이다. 울컥 하는 마음이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을 믿는다. 밝게 살았다면 그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멀리 내다보고 ‘이런 사람이다’ 하고 보여줄 테다.
▶모두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아무튼 물의를 일으킨 자체가 송구할 뿐이다. 공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리더가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자기 입신을 내세우기 보다 건전한 철학을 갖고 사는 위정자가 되길 시민의 한사람으로 지켜보겠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