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記錄)은 역사입니다.”
‘가구는 과학이다’라는 광고문구처럼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공무원이 있다. 오재근(59) 의회사무국장. 기록 자체가 역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기록이 없다면 역사를 알 수 있을까?
“공직생활 틈틈이 다섯권의 책을 만들었어요. ‘우리시 사회복지백서’, ‘의전길잡이’, ‘행정용어풀이’ 등 대부분 직무에 관련된 것들이지만 ‘목천읍지(2002년)’나 이번에 만든 ‘천안시의회사’는 특별한 의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죠.”
‘천안시의회사’와 관련해선 한사코 ‘한 게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지만 오래된 자료를 찾기 위해 대전일보사를 3회, 국회도서관 2회, 한국잡지협회 1회를 방문한 것은 물론이고 관내 마을을 누빈 것 또한 그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50년대부터 시작된 1260쪽의 천안의회사다.
“뭐니뭐니 해도 당사자에게 흥미가 있어야 해요.” 엄청난 발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싸움인데, 억지춘향격으로 시작했다간 용두사미가 되기 십상이라는 점. 경주시에 근무하는 공무원(행정7급)이 3·4년을 공들여 의회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참, 대단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어렵게 의회사를 만들었지만, 10년만 빨랐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도 남습니다.”
의회사 제작업무에서 난관에 봉착한 것은 의회사 초반인 50년대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당시 의원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몇몇 살아있는 분들로부터 귀한 정보를 담아냈다. 50년대 2기·3기 면의원이던 유홍근씨는 민선2대·3대 시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흡한 점은 많지만 90%는 만족합니다.” 첫 매듭을 지었으니, 이후 보완·발전시켜나가는 몫은 새로운 시대다. 게다가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이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으니,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그간 고생은 그것으로 ‘퉁’치면 된다.
이제 그의 나이 59세. 공직생활 마감 2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천안의회사’에 참여해 빛을 본 것은 커다란 위안이 될 듯.
“900부를 찍었는데 400여 부는 의회사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전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동욱 부의장님을 비롯한 7명의 편찬위원과, 성실하게 따라준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