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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배운 한국 진보정당의 미래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해외‘정책’연수 기고 ③

등록일 2009년10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는 이번 해외 ‘정책’연수를 통해서 프랑스의 몇몇 진보정당 관계자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하면서 그들의 노선과 정책을 구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난 프랑스의 대표적인 진보정당은 프랑스 공산당(PCF)이다. 그 외에 최근 창당한 좌파당(FG), 반자본주의 신당(NPA)의 관계자들과도 토론하였다. 

뤼마니떼 축제장 코리아 부스에서 열린 정치토론회 모습 여기서 잠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공산당’이라는 당 명칭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아직까지 구시대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공산당하면 빨갱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는 동시에 금기시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천재 화가인 ‘피카소’와 유명한 샹송 가수 ‘이브 몽땅’, 세계적인 과학자 ‘퀴리부인’이 바로 프랑스 공산당원이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과 일본도 공산당이 존재하며 실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사상과 정견도 인정해야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일 것이다. 다만 분단이라는 현실이 강요하는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의 그림자를 빨리 걷어내야 할 역사적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1920년대 창당하여 8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공산당은 한때 100만 명 이상의 당원이 있었으며 35% 이상의 국민적 지지를 받을 정도로 유럽의 대표하는 진보정당이었다. 현재도 많은 수의 공산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각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구현하고 있지만, 그 세가 많이 약화된 상황이었다. 미쉘 뒤푸(Michel Duffour) 프랑스공산당 전부대표는 그 이유를 우리나라의 민주당이라 할 수 있는 중도우파정당인 프랑스 사회당(PC)과 비견될 정책의 부재와 산업화에 따른 탄광노동자들을 비롯한 육체노동자들의 약화라고 대답했다. 진보적 정책 생산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진보정당이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뤼마니떼 축제에 참가한 수많은 인파 그 외 우리가 만난 프랑스 진보정당들을 좀 더 소개하자면, 프랑스 좌파당과 반자본주의신당인데 각각 올해 창당을 선언한 신생 진보정당들이다. 좌파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정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프랑스 사회당에서 탈당하여 ‘신자유주의 반대’와 ‘진보정당들의 단결’을 중심 기치로 만들어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반자본주의신당은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우체부 노동자후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있는 정당이다. 

프랑스의 향후 정치일정을 보면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다. 내년에 프랑스에도 광역의원들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고 2012년에 우리와 똑같이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진보정당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진보정당들의 ‘단결’이라는 과제였다.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사르코지 정부에 대항하여 프랑스의 진보정당들이 어떠한 노선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는 대단히 흥미 있는 토론이었고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2005년 유럽헌법 찬반 국민투표에서는 프랑스 진보정당들이 단결하여 대응한 결과 547%가 넘는 국민들의 반대투표를 이끌어내면서 유럽헌법을 부결시키는 결과를 나았다. 또한 최근에 치러진 2009년 유럽의회 선거결과에서 이른바 ‘좌파전선’을 형성하여 선거연합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한 공산당과 좌파당은 의미 있는 득표율과 함께 의회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연합을 거부한 반자본주의신당은 한 석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단결’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프랑스 진보정당 관계자로부터 강의를 듣는 모습 우리 민주노동당은 2000년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참여 속에서 창당하여 노동자, 농민, 서민을 조직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의 유일한 진보정당으로 성장해왔다. 2004년에는 10석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였으며, 한때 15% 이상의 국민적 지지율도 획득했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수도 절반인 5명으로 줄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진보정당은 아직 국민들에게 ‘대안’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진보정당의 분열, 분당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진보신당 등 대한민국 진보정당들은 차이를 앞세우기보다 ‘단결’을 바라는 국민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국민들에게 진정한 진보적 ‘대안’으로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연수 일정은 전 세계 진보정당 및 단체들의 국제적 행사인 뤼마니떼('Fete de l’Humanite)축제의 참가였다. 1930년에 처음 시작된 이래 올해로 79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뤼마니떼 축제는 프랑스에서도 매우 전통있고 의미있는 연중 축제 중의 하나였다. 프랑스 공산당(PCF) 계열의 신문사인 뤼마니떼(l’Humanite)에서 주최하고 있지만 행사의 성격이 매우 대중적이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십만 명이 2박 3일간의 축제를 즐겼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의 나라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참여할 정도였다. 우리는 뤼마니떼 축제를 통해서 전 세계 진보정당 및 단체들의 국제적 연대와 교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축제에서는 중앙 광장을 비롯하여 곳곳에 다양한 주제의 정치토론이 격이 없이 진행되었고, 대중적인 음악 콘서트, 영화상영, 전시회, 연극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어우러졌다. 우리나라 진보적 단체에서 준비한 대한민국의 불고기와 김치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은 외국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다시 한 번 우리나라 문화의 민족적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곳에서 외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는 남한사람인가? 북한사람인가? 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럼없이 코리아 이스 원(KOREA IS ONE)이라고 대답했으며, 통일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되새기게 되었다. 

이번까지 총 3회의 해외‘정책’연수 기고를 통해 우리가 프랑스에서 보고 듣고 배운 소중한 경험을 충남의 지역주민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매우 감사히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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