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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프랑스 지방의원들을 만나다

지영철 민노당 충남도당 정책국장 해외‘정책’연수 기고①

등록일 2009년10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당직자와 당원 5명은 지난 9월 초순 경부터 2주일간 프랑스 해외정책연수를 실시했다. 그곳에서 항상 배움의 자세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지방의원들을 만났고, 프랑스 진보정당을 보면서 한국 진보정당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또한 우리와는 다른 지방자치운영과, 파리 시청에서 그들의 역사·문화를 읽어보며 천안시청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이에 이같은 배움과 보고 들은 것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유익한 공부와 의식제고가 되길 바라며 모두 3회에 걸쳐 충남시사신문 지면에 다루기로 했다. 

1. 공부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프랑스 지방의원들

2. (가칭)프랑스에서 배운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

3. (가칭)프랑스 진보정당에게서 배운 한국 진보정당의 미래

씨데프의 대표인 이브헤미가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 일반적으로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거대한 위풍을 자랑하는 에펠탑이나 개선문 등일 것이다. 혹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세느강과 퐁네프의 다리,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 등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프랑스의 멋진 모습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도 프랑스 같은 도시계획과 운영을 통해 관광문화의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고 변모하는 모습을 만들어가자는 의견을 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해외에 간 목적이 분명하게도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배우기 위한 것이며, 그것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추구해야 할 정책적 시사점을 찾고, 지역주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연수의 제목도 ‘정책’ 연수이고, 내용도 프랑스 지방의원들에게 교육받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대다수 우리나라 지방의원이 다녀온 해외연수에서 전체 내용의 80%가 관광성, 외유성인 것에 대해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지역주민과 나눌 수 있게 해준 충남시사신문에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의 주된 일정은 ‘씨데프(CIDEFE)’라는 프랑스 국가공인 ‘지방의원 전문교육기관’에서 현직 지방의원들에게 프랑스 지방자치제도와 지방자치, 지방분권의 역사에 대해 교육받는 것이었다. 씨데프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이 기관이 단순히 국가중앙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프랑스의 진보적 지방의원들의 수십 년간에 걸친 요구와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데에 있다. 또한, 1980년대 창설되어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기관의 운영은 공무원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학습과 토론을 조직하고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지방의원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지역현안과 정책들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공간인 것이다. 혹자는 의원 개개인이 노력하면 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주목할 점은 진보적 지방의원들이 그러한 공간을 만드는 노력의 과정에서 ‘지방의원들이 교육받을 권리에 관한 법안’(1992년)을 통과시켜 제도화시켰다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민을 위한 스스로의 공부는 고사하고 자신의 사조직만 관리하면서 의정활동을 게을리 하는 많은 수의 우리나라 지방의원들의 현실을 비춰봤을때 ‘지역과 주민을 위해 지방의원이 교육받을 권리’를 강조하는 씨데프 대표의 말이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지방의원의 전문성 제고와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지방의원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주민을 위한 조례제정 등 전문성 있는 의정활동이 극히 일부인 반면, 대부분이 지역주의를 활용하여 자신과 소수의 기득권층인 지역토호세력을 위한 의정활동이라는 평가와 비판이 많다. 오죽하면 놀고먹는 지방의원에게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주지말자라는 여론이 있겠는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의식전환과 정책적 실력을 키우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의원 개인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프랑스와 같이 제도적으로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에는 몇 개의 지방의원 전문교육기관이 더 있지만 우리가 교육받은 씨데프는 진보 개혁적 성격이 강한 기관인 만큼 프랑스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으며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유는 씨데프의 교육과 정보교환이 의원들의 실정에 맞는 내용이며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의원들의 경험과 정책적 자원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상호 교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150여개의 전국적 차원의 프로그램과 250여개의 지역적 프로그램으로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구분 없이 상호 교류와 협력 하에 스스로를 정책적으로 무장시키고 있었다. 이 기관에서 발송하는 지역현안 및 정책과 관련된 각종 정보는 1000여 명의 프랑스 지방의원들이 이메일을 통해 구독하고 있으며, 정보교류의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이런 의원들 간의 교류와 협력의 원칙이었다. 바로 상호존중과 각자 전문분야와 경험에 대한 풍부한 교환이라는 것인데, 의원들 간의 ‘정책적’ 교류와 협력과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베뉴흐 시장(오른쪽)이 직접 안내하면서 시의 정책을 설명하는 모습 우리가 교육받는 동안 프랑스 지방의원들의 중요한 토론 프로그램이 1박2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토론 주제는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가 주도하는 ‘지방자치개혁안’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방자치단체를 개편 통합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행정 낭비도 줄이자는 것이 핵심 골자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행정구역개편’ 문제와 거의 흡사하여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대화하고 토론했던 많은 프랑스 지방의원들은 사르코지의 ‘지방자치개혁안’을 빅뱅(big bang, 폭발)이라고 표현하였으며, 대단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좌파, 우파 의원을 막론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축소되고 프랑스가 만들어왔던 지방분권, 지방자치 정신이 훼손될 만한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프랑스 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우리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잠깐 살펴보아야 할 것은 프랑스 지방자치 역사와 지방자치제도이다. 프랑스 헌법 1조에는 ‘지방분권’이 명시(2003년 개정)되어 있을 정도이다.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지방자치의 핵심은 프랑스 대혁명과 파리꼬뮌을 거치고 왕을 단두대에 올린 경험이 있는 국민들의 투쟁의 과정이자 결실이라는 점이다.

1945년부터 시작되었지만, 30년간 군사독재의 암흑기를 거쳐 중앙정부에 의해 주어진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지방자치 20년의 역사와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프랑스 지방자치제도의 특징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로 볼 수 있는 꼬뮌(Commune)이다. 평균 인구수는 1600명으로 3만7000개의 꼬뮌이 존재하는데, 주민들 손으로 뽑은 꼬뮌의 시장과 의원들이 주민의 삶과 밀접한 행정을 펼치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 주민자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꼬뮌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중간 자치구인 평균 인구수 60만 명의 데빡트멍(Département)과 우리나라의 광역시도로 볼 수 있는 헤지옹(Région)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할 만한 것은 자치단체간의 상하관계가 없으며 서로 지휘하고 감독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큰 자치단체와 작은 자치단체와의 사무구분이 정확하여 각 자치단체의 자율적인 지방자치가 최대한 보장되고 있었다. 이런 프랑스 지방자치의 역사와 제도의 특징을 고려하였을 때, 사르코지의 ‘지방자치개혁안’이 지금까지 프랑스가 쌓아왔던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역행할 것이라는 지방의원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기서 얻은 중요한 시사점은 지금 이명박 정부의 ‘지방행정개편안’이 정치권의 일방적인 논리 중심이 아니라 주민의 요구에 근거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원들이 맹목적으로 지역주의를 활용하여 찬성, 반대의 정치선동을 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 속에서 ‘지방행정개편안’이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 주민자치를 강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대안적인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몇 개의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하여 29살의 최연소 파리시의원을 비롯하여 다양한 지방의원들을 만났고 의미있는 간담회도 가졌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지방의원은 오베뉴흐라는 작은 농촌 마을의 시장과 그 지역 상원의원이었다. 충남의 대부분이 도·농복합도시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우리는 농촌 마을 시장이 펼친 시정운영과 내용을 자세히 배우기 위해 많은 질문을 하였다.

씨데프(프랑스 지방의원전문교육기관)의 국제담당이자 프랑스 지방의원인 알레자 의원과 간담회하는 모습 첫 대면부터 밝은 얼굴로 맞아주던 시장은 얼굴 구김 하나 없이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놀라운 것은 시장이 손수 우리를 위해 원두커피를 걸러서 차를 대접했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 시장님께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시장은 간담회 중에 자신의 핸드폰 진동소리가 계속되어 곤혹스러워했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이 지역주민의 민원전화였다. 조그마한 마을의 시장이지만 직접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선거 당선의 비결에 대한 우리의 질문에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마을에 하천이 범람하는 일이 잦은 편인데 그때마다 가장 먼저 부츠를 신고 달려간다는 대답을 하였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만난 수많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소감을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헌신적이었고, 참여민주주의에 대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었다.

한 지방의원은 주민의 정치참여를 위해 제도적으로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기구를 창설하고 끊임없이 주민공청회를 개최하여 처음엔 회의적이던 주민들의 관심을 높여냈다고 한다. 그래서 수천가지의 정책제안을 주민들로부터 받고 주민들과 함께 교육, 환경, 도시개발 등을 논의, 토론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지역의 정책을 수립, 집행한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다른 나라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배우기 위해 40여 개국이 교류하는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제적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주민참여제도(주민소송, 주민감사청구, 주민발의 등)도 함께 공유, 비교해보면서 참여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해외정책연수를 통해 크게 느낀 것은 우리나라에도 지역주민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헌신하는 지방의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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