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통합논의’가 최근 양 지역민들의 최대의 화두다. 전국에 부는 통합바람이 천안과 아산에도 거세게 불고 있는 것. 하지만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하는 바는 ‘극단적’이다. 대체로 찬성쪽인 천안은 ‘찬성논리’만을, 주류계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아산은 ‘반대논리’만을 개발해 단순 주장하고 있다. 통합이 천안과 아산 양 도시를 상생발전시킬까, 아니면 한쪽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양쪽이 공멸하는 수순을 밟을 것인가. 한 천안시민은 “잘은 모르지만 통합하면 낫지 않겠냐”는 정도다. 함께 있던 대여섯명도 비슷한 수준.
현재 천안쪽의 여론조사와 토론회가 활발하다. 통합문제에 대해 전문가이면서 이해관계도 적은 교수사회쪽의 주장을 정리하면 ‘급박한 통합추진은 화를 부른다’는 것.
서두르면 될 일도 안된다는 말처럼 9월 초순, 급물결을 탄 통합논의를 올해 안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다분히 ‘상생발전에 대한 관심’보다 잿밥에 눈 먼 이해당사자들의 사익을 앞세운 발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합과 관련해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는 찬·반 주장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정부의 인센티브 유혹에 빠져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히 준비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김의영 천안아산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위원장도 “이제라도 구역개편위원회를 두고 통합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통합시 아산시민은 문화시설이 늘어날 거라는 측과 빈약할 거라는 주장이 충돌한다. 더 크게는 문화시설이 서로의 지역에 뺏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로 혐오시설은 서로의 지역에 올 거라는 우려도 보인다. 경제력을 잃는다는 사람과 얻는다는 주장이 같은 지역에서도 공존한다. 그런 마당에 아직 어디에서도 객관적 검증을 위해 연구·분석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나종성 호서대 교수는 “자치단체간 통합의 중요성에 비춰 지금 진행되는 것은 굉장히 조급해 보인다”며 “천안·아산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통합추진은 더 큰 갈등만 부추긴다. 그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며, 이런 이유로라도 이번 통합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득 선문대 교수는 통합기준에 대해서 이견을 보였다. “지방행정서비스가 2만3000여 개로 다양한데 경제규모나 생활권역이 통합의 주요기준으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참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양측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교육적, 역사적 여건들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양질의 객관적 자료가 나왔는가. 얼마전 성무용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통합과 관련해 “연구용역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장의 밀어붙이기식 통합추진보다는 지역민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는 통합찬·반의 자료를 책임자들이 내놓고, 그에 따른 화합의 찬·반결정이 바른 수순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