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천안시정발전포럼 <천안·아산 대통합 정책토론회>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이사장 구본영) 주최로 ‘천안·아산 대통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9월28일(월) 오전 10시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구본영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 이사장과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 박종관 백석대 교수, 김의영 천안아산경실련 정책위원장, 김성열 천안향토문화연구회장이 토론을 이어갔다. 진행은 윤명호 공주대 교수가 맡았다.
2건의 발제중 하나는 구본영 센터 이사장이 지난 9월17일과 18일 천안·아산시민 각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자세히 소개했다. 구 이사장은 여론조사 결과 천안·아산시민의 58.9%가 통합에 찬성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센터 자체에서도 천안시민 대상으로 1·2차 서명운동을 통해 6035명을 서명받아 전국최초로 주민건의를 성사시킨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구 이사장은 “천안·아산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지역민들이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참여하는 자리와 기회를 확대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하길 희망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두 지역의 상생발전 키워드를 찾는 단초가 되길 바랐다.
지난 9월28일 천안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천안·아산대통합 정책토론회’는 40명 정도만이 방청객으로 참여할 만큼 관심이 저조했다.
희망제작소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공동주최로 ‘전국 순회토론회를 벌였다. 새 정부 들어 급진전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를 중앙정부나 국회 대신 지역과 현장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이같은 순회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발제했다. 발제는 희망제작소나 한국지방신문협회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윤 부소장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고위간부들은 물론 지역의 학계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상당수가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 중심으로 통합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자칫 국가차원의 사회통합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려되며, 향후 충분한 사회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방향 ‘합의과정 중시’
현재 도와 시·군을 축으로 한 지방행정체제는 큰 틀에서 1895년부터 100년 이상 유지돼온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생활관계, 공동체관계, 문화적동질성, 역사적정체성 등이 형성돼 왔다. 하지만 현재의 지방행정체제는 정보·통신수단의 발달, 도시화 진전에 따른 생활·문화권과 행정권의 불일치, 중복투자로 인한 행정낭비, 배타적 자치권에 기초한 지방자치단체간 빈번한 갈등, 지역경쟁력 상실 등의 이유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국민들은 대체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당위적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따라서 지방행정제제 개편의 기본방향은 변화된 상황요인들을 반영해야 한다.
개편의 기본방향과 관련해선 특히 ‘민주성’과 ‘효율성’의 가치충돌이 그동안 주요쟁점이 돼왔다. 이같은 추진이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논의를 서두르기보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안을 설명하고 의견수렴하는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정치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관점도 중요하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자치단체 내부의 권력배분 문제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
쟁점과 대안 ‘신 중앙집권화?’
지난 17대 국회특위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다계층 중복구조’로 돼있는 현행 행정체제를 1단계 감축하고, 현재 광역자치단체가 보유한 사무권한을 대부분 기초자치단체로 넘긴다는 전제아래 8개 도 폐지와 전국을 자치시·군을 50개~70개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도 폐지를 우선과제로 삼은 듯한 논리구조와 중앙정부 산하 국가광역지방행정청을 도 대신 신설하는 방안으로 ‘신 중앙집권화 기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18대 국회에서 발의한 특별법(안)은 기초자치단체 광역화를 지역별로 우선 추진하고, 그 성과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때 광역자치단체의 지위와 기능을 변경 또는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7대 국회 특위에서부터 제시한 ‘시·군통합’ 문제는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성남시·하남시·광주시의 통합추진에서 드러나듯 중·소도시들도 생활권과 문화권, 역사적 전통, 지역경쟁력 등을 이유로 통합을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북 익산과 충남 논산, 전남 순천·여수·광양과 경남 하동,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 등 기존 광역시·도 경계를 넘는 통합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군통합 전제조건으로는 ‘도시의 성장관리’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가가 개편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군 통합 뒤 기존의 시·군에 행정구(또는 출장소)를 설치하는 방안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독자기능 없이 위임사무 처리에만 행정낭비가 큰 행정시보다 실질적인 자치권한이 확대된 대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제안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시기와 절차 ‘천천히’
지방행정체제 개편문제에 대해선 여·야의 인식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지역 순회토론회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앙과 지역 사이에는 상당한 인식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가 개편논의를 부쩍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곤 장관은 9월 말까지 10개 지역 25개 자치단체로부터 통합건의를 받아 해당지역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또는 주민투표 등의 방법으로 연내에 통합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율통합을 확정한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에는 ▷특별교부세 50억원 지급 ▷자치단체 추진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 10% 포인트 인상 ▷사회간접자본 확충예산 우선배정 ▷초·중·고교 학군조정, 기숙형 고교와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지정 때 우선권 부여 등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앙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데는 미디어관련법 파동 이후 정국이슈를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의 월권일 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준비 정도나 정서를 올바르게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일부 시·군에선 벌써 통합추진위와 통합반대시민모임이 각각 결성돼 대립양상을 보이는 등 사회갈등이 확산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를 즈음해 지방행정체제를 전면개편하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올해 안에 10개 지역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제작소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공동주최한 지역 순회토론회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역과 현장에선 지방행정체제 개편문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며, 여러 쟁점에 대한 견해차도 적지 않다. 따라서 시한을 정해 하향식으로 개편논의를 서두르기보다는 좀 더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사례에서 ‘충분한 홍보’ 여부를 놓고 벌이는 논란이나, 유럽이나 일본에서 ‘지루할 만큼 오랫동안’ 논의하면서주민들의 동의를 토대로 행정체제 개편을 진행하는 사례도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발전해온 지방자치가 이번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의 하나는 다양성이며, 국회나 정부가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를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
<김학수 기자>
토론자들 ‘통합시 천안은 많은 부분 내놔야’
통합의 중요성에 비춰 명칭까지 ‘아산시’로 내주는 결단력 필요해
이날 천안·아산 대통합 정책토론회는 토론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박종관 백석대 교수는 토론에 앞서 “요즘 방송토론회 등에서 나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어 밝힌다”며 “천안·아산 통합관련 설문조사들이 불신을 초래하는 이유로, 표본추출형식을 정확히 밝히고 지역별 응답률도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또한 많이 응답한 지역에 대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왜곡논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박 교수는 ‘구역이 넓어진다고 지방자치도 멀어진다’는 논리에 대해 박 교수는 틀리다고 주장했다. “그같은 논리는 100년 전 우마차 시대에 서구에서 나온 말로, 걸어서 30분 이내의 구역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였고 국내에서는 95년 도·농통합의 반대논리로 개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마이카’ 시대며, 오히려 관청이 외각에 위치해 다양한 문화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행정자율통합위원이기도 한 박 교수는 ‘통합논의시 고려사항’으로 공동사회성, 생활권, 경제권, 지리적조건에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특히 경제권과 관련해선 “반대지역에 무엇을 해줄거냐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때에 따라서는 통합명칭도 ‘아산시’로 양보할 수 있어야 흡수통합된다는 피해의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목표에 대한 비전도 중요하다. “통합시 무엇이 강점이고, 단점인지를 정확히 따져보되,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는 추가적인 혜택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의영 천안아산경실련 정책위원장도 “통합을 왜 하냐 하면, 서로에게 효율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며 “아산이 반발한다면 통합명칭까지도 다 내어줘야 한다.그런 것에 목숨걸 일도 아니고, 천안시 입장에서는 약간 자존심이 상할 뿐이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최근 아산시가 주장하는 반대논리 9가지를 설명하며 “통합을 위해서는 전문가와 학자, NGO단체, 시민으로 구성된 (가칭)구역개편위원회를 구성해 개편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주민의견 조사 등 객관적인 절차를 밟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맞장토론’까지 벌이며 통합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열 천안향토문화연구회장은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봤다. 김 연구회장은 “고려시대(현종9년)에는 천안부 속에 온수군, 속현에 아주, 신창, 풍세, 예산, 직산, 청양, 안성현을 두었고 조선시대(태종16년)의 천안부는 월경지로 예산군, 아산군을 영유했다”고 밝혔다.
이같이 역사성은 연계돼 있지만 충분히 연구해보는 것이 필요하며 “개인적으로는 평택과 안성, 진천, 천안, 아산을 크게 통합해볼 구상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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