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통합논의가 큰 현안으로 떠올랐다. ‘시민여론’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정·관계로부터 찬·반의 양비론에 휩싸여 제대로 된 논의는 출발선상에 서지도 못한 상태다. 그런 처지에서 지난 22일(화) 호서대 천안캠퍼스 종합정보관 503호에서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한 공동학술회의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선문대 정부간관계연구소와 호서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날 학술회의는 어떠한 이해관계를 배제한 ‘순수 학술토론’임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권경득 정부간관계연구소장은 “행정구역 개편논의가 몇 년 전부터 관심있게 진행돼온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명색이 지역대학 교수들의 수치가 아니겠느냐”며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아산의 사회·관변단체들이 정문 앞에서 통합 반대시위를 벌이고, 학술회의장에서도 회의진행을 발목잡으며 반대의사에 집착, 학술회의 취지를 훼손시켰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기원 아산시의회 의원은 “천안에서 벌인 일련의 여론조사는 못믿겠고, 우린 통합할 이유가 없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악몽으로, 이후 통합논의를 중단하고 상생방안을 강구하자”는 개인의사만을 밝히고 총총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방청석의 아산 관계자들도 우르르 나갔고, 일부만이 남아 회의진행중 툭툭 튀며 ‘반대주장’에만 열을 올렸다. 사회자인 이영애 단국대 교수는 아산의 이같은 돌출발언을 자제하며 “찬·반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닌,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논하는 자리라고 진정시켰지만 긴장된 국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동학술회의장이 찬·반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진행 내내 혼란스러움을 던져줬다.
박종관(백석대) 교수가 주제발표한 ‘행정구역 통합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토론자들이 한마디씩 의견을 내놨다.
처음 나선 나종성(호서대) 교수는 현재 시·군통합문제로 치닫고 있는데 우려를 보이며 “실제 문제는 면적 11.8%, 인구 50%, 경제력 70% 이상을 소유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임을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역설하며 “지금 진행되는 것이 굉장히 조급하다. 아이들 싸우게 하고 사탕 던져주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권경득(선문대) 교수는 정부가 통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큰 틀이 없는 상태에서 자치단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주문했다. 통합에서 비중있게 얘기되는 ‘규모의 경제’에 대해서는 “참 아이러니하다”고 운을 뗐다. “지방행정서비스가 2만3000여개로 다양한데 경제규모나 생활권역이 통합의 주요기준으로 적합성을 갖는가 고민스럽다”는 것.
김지훈 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통합건이 중앙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달았다. 또한 “통합에 따른 부작용은 가볍게 다루는데 반해 부풀리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과 아산이 통합하면 주민밀접성이 떨어지고 행정효율성에도 의문이다. 광역화되면 오히려 지역갈등을 낳고 낭비적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가열되자 이영애 사회자는 “한발 두발 무엇이 같고 다른지 서로간에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 박 교수의 발제도 찬성얘기가 아니라 통합시 좋은점과 나쁜점을 다루고 있는 객관적 사실이 담겨있다”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박 종관 교수는 이들의 말을 일괄정리했다. “사회적 통합 필요성은 공감하는 바이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강제통합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통합목적이 저마다 다르므로 각각의 기준도 달라야 한다고 본다. 주민밀접성 문제는 행정구를 두는 등 여러 변화모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토론자 ‘반대는 적극적, 찬성은 소극적’
통합문제에 있어 토론자들이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서선하 천안YWCA 사무총장은 “통합함에 있어 긍정적 효과는 늘리고, 부정적 효과는 많은 논의를 거쳐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의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갈등관계로 발전할 수 있어 우려가 되며, 이처럼 다양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이다”고 밝혔다.
김지훈 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현재 천안·아산 통합논의는 정치권이 나서는 등 너무 앞서가고 있다. 아산논의에도 문제는 있으며 통합논의는 충분히 필요하다. 하지만 주민이 빠진 상태에서 논의가 되다보니 감정적 문제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비극적 결말이고 소모적 논쟁이다”며 통합보다는 양 지자체가 협력관계로 각각 발전하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명근 천안시의회 의원은 행안부의 성급한 추진에 우려를 보이며 “통합과 관련해 장·단점에 대한 예측 자체는 모호하지만 정부의 지원계획, 인센티브의 확대 등 확고한 통합의지를 볼 때 무한경쟁체제에서 뒤처지면 안된다”고 보았다. 이에 천안이 여론조사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상황에서 아산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천안과 아산이 각각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통합은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통합에 긍정을 표했다.
윤주명(순천향대) 교수는 “천안·아산에선 통합논의가 말하면 큰일나는 ‘금지어’가 됐다”는 말과 함께 “서울에 살고있어 중립적인 사람으로, 결론을 말하면 나는 ‘신중론’이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필요성은 경제와 행정효율성이라는 좋은 점이 금방 튀어나오는데, 그럼에도 왜 안하는가 하는 것에는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천안과 아산이 화합의 노력을 안하는 것 같다”고도 했고, “통합에 따른 양측의 규모나 세가 다르면 한쪽이 희생된다는 느낌을 같게 된다”며 아산시 입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특히 “다툼은 다 이해관계의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통합의 가장 주안점은 주민들의 공동의 이익에 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동의 이익이냐 자기의 이익이냐는 스스로 양심에 비춰보면 알 수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박종관 교수는 “오늘같은 통합논의는 통합시에 따르는 이익과 불이익을 미리 따져보자는 것이다. 100만이 넘는 성남같은 경우 통합으로 더 키우려 하는지도 알아보고, 천안·아산이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수도권 규제완화가 실행되면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판단해야 한다. 미래의 발전변화를 미리 예측해보고 대비하는 이같은 학술논의가 왜 짓밟히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나종성 교수는 “천안·아산간 갈등의 골이 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번 통합은 무리가 있다고 보며, 지금부터라도 화합을 위한 노력이 시의원들로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경득 교수는 “참 안타깝다”며 “왜 천안·아산이 통합해야 하는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통합반대를 주장한다면 왜 그런지 논리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마다 논리개발이 필요하다며, “천안·아산의 통합논의와 관련해 오늘같은 학술회의도 의미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공론화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에 30여분간 방청석 질의·응답에서 뜨거운 공방들이 오갔지만, 일방적 주장이나 대부분 토론자들의 의견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이영애 교수는 일부 여론주도층이 마치 시민여론을 대변하고 결정해서는 안되며, “통합찬반 결정에 왜곡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하면 천안·아산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