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인근 소공원에 설치된 볼라드
천안은 볼라드(bollard)의 천국인가.
천안시내 거리 곳곳에 제일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바로 ‘볼라드’다. 스테인레스로 된 볼라드는 햇빛을 받아 눈을 부시게도 한다.
볼라드 설치 목적이 미관에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사람들의 보행편의를 위해 턱이 없어야 할 곳에만 세워진다. 무엇보다 차량진입으로부터 막아줄 기능성 보호물의 역할이다. 사전적으로 ‘볼라드’는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세워 둔 구조물을 뜻한다.
하지만 개당 수십만원에 이르는 부담으로 볼라드 설치는 효율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게 묘미. 하지만 시행정의 방치속에 시민들의 혈세는 ‘깨진 독에 물이 새듯’ 빠져나간다.
실제 가까운 주변에만 나가보더라도 볼라드의 문제점은 쉽게 접한다. 한 예로, 두정동 한국전력 인근의 소공원은 차폭이나 진입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소공원의 정문 앞은 얼마 안되는 공간에 20개 안팎의 볼라드가 두줄로 놓여있다. 적은 주민 이용률은 차치하고 이렇게까지 정문이 넓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 해도 수십개의 큰 볼라드가 총총히 박혀있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산업대로변 등 볼라드를 비웃듯 인도를 올라선 차량들이 숱하게 많고, 시청주변 도로 등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볼라드의 총총함도 볼썽사납다.
턱없는 인도를 보호하는 요령이 그렇게도 없을까. 효율과 미적 이미지를 고려한 공공디자인 개발이 그렇게 어려울까. 시행정이 업체를 먹여살리는 어미새도 아닐진데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 소리가 가득하다.
골목길이라 차들이 씽씽 달리는 곳도 아닌데 그같은 철통방어는 ‘아끼는 예산정책’을 표방하는 천안 시행정의 모순이다. 이제라도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 기존에 설치된 볼라드라도 재배치하는 과감성을 기대하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