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탈당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8월30일(일) 오후 2시 국회정론관을 찾은 그의 얼굴은 침통했다. 탈당화살은 자유선진당을 함께 창당하고 국민중심당을 통합시킨 이회창 총재를 겨누고 있었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운영으로 당 지지율이 2%대에 머물러 있음에도 시대변화를 외면하는 구태적 사고에 함몰되어선 더이상 당의 미래가 없음을 경고한다.” 그의 발언은 시종 이 총재에 대한 독소로 가득찼다.
그는 개인의 사당화, 구태의연한 정치로는 국민정당이 될 수 없다며 일인정당의 한계를 안고 더 이상 함께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을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공작세력’으로까지 매도하는 상황에서 ‘탈당’이라는 큰 결단이 필요했다며 ‘정치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점을 천명했다.
이같은 갈등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총리기용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심 전 대표는 ‘청와대가 총리직 문제로 선진당과 사전협의 했는데도 세종시법 등을 조건으로 합의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이 총재를 비판했다. 8월31일 대전MBC 집중토론에 참여해서는 “총리지명이 발단이 됐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당 운영에 유연성과 정체성, 진정성이 부족했고 이런 문제가 당 운영책임자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는데 오랫동안 고민했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자유선진당은 8월30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와 심 전 대표를 문제삼았다. 충청권 총리론을 띄운 청와대를 향해서는 ‘야당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려면 청와대는 최소한 우리 당과 정권연합이나 정책연대의 모양새를 갖췄어야 했다’며 통합과 화합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심 전 대표에게는 ‘당 대표가 모든 소속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각하겠다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문제삼았다.
이회창 총재는 이번 일을 청와대의 ‘야당 흔들기’로 규명하며 “이런 일로 흔들릴 순 없다. 교섭단체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수습에 나섰다.
박상돈 충남도당위원장은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를 ‘비상식적인 청와대, 총재와 대표간의 의사불통, 심 전대표의 총리직 욕구’가 빚은 문제로 분석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목) 심 전 대표를 만나 허심탄회한 자리를 가진 상황에서 복당을 권유했으나 “아직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더라”며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내다봤다. “세종시 건설을 비롯해 충청권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사업이 무산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별다른 명분없이 이를 외면할 수 있겠느냐”는 것. 박 의원은 “이번 문제로 탈당하는 이도 거의 없다”며 자유선진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천안시도 탈당도미노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충남도당(위원장 김혜영)은 31일 논평에서 ‘자유선진당의 운명은 낡은 지역주의정치의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며 총재와 대표가 청와대에 놀아나 결국 쌈박질로 결별하는 막장정치를 보여줬다고 칼날을 세웠다.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 양승조)도 논평을 내고 ‘그간 수차례 세종시설치법 통과를 미끼로 야당공조를 깨트리는 것을 경계하며 한나라당과 공조해서 얻을 것이 없음을 역설했으나 자유선진당은 또다시 총리직 미끼에 걸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하며 스스로 붕괴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