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을 대표하게 될 2곳의 경관보도육교의 승강기 설치유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에는 승강기 설치에 ‘무조건’이란 표현이 없다. 현실에서 승강기는 선택적 사항이다.
육교는 처음 계단만 설치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자전거나 노약자들이 두루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보행약자를 위한 승강기 설치가 늘고 있다. 특히 장애인측은 가급적 육교를 설치하지 말 것과, 설치시엔 ‘반드시’ 승강기 설치를 주문하고 있다.
논란의 와중에 있는 천안의 불당동경관보도육교와 천안삼거리경관육교를 통해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알아보자.
불당동 보도육교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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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삼거리 경관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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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설치‥ 두는 곳과 안두는 곳
불당육교는 현재 천안의 랜드마크란 수식어를 달며 추진되고 있다. 당초 계단과 경사로를 두기로 했던 시행정은 일부 장애인들의 ‘승강기 설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천안시장애인단체협의회는 지난 8월24일 ‘걷기편한 도시로의 첫발을 뗀 천안시 정책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은 편하게 걷기를 원한다. 천안시가 사람중심의 교통정책을 향해 노력을 기울인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삼거리경관육교는 당초 공모에 들어있던 승강기를 실시설계 과정에서 제외한 것에 일각에서 문제를 삼고 있다. 이들은 ‘교통약자를 위한’ 승강기 설치를 원하고 있지만, 해당 동남구청측은 법적요건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
한쪽은 계획에 없던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했고, 다른 한쪽은 계획에 있던 승강기를 두지 않기로 했다. 언뜻 불합리하게 보이지만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속사정은 다르다.
계단없는 육교 ‘기형적?’
불당경관육교의 승강기 설치로 보행약자측은 기뻐하고 있지만, 시행정의 속은 쓰리기만 하다. 승강기를 두는 대신 보행자 대다수가 이용하는 계단을 빼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상 한정된 예산 속에서 계단과 경사로, 승강기 셋 다 두기로는 부담이 큽니다. 승강기 설치를 수용하다 보니 계단이나 경사로를 빼야 하는 상황이죠.”
시 건설사업소측이 보행약자의 불만해소를 위해 계단을 없애면서 대다수 일반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 일반보행자가 굳이 승강기나 경사로를 상시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승강기는 고장과 관리문제가 뒤따르며, 기름을 사용한다는 것도 달갑지 않은 부분.
육교에 경사로를 두는 것은 녹색교통도시를 향한 자전거 이용편의에 필수, 게다가 랜드마크의 웅장한 기상을 갖기 위해 경사로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시의 한정된 예산부담 책임을 계단이 떠맡은 꼴이다.
‘앙꼬없는 찐빵’처럼 계단없는 육교를 생각할 수 있을까. 동서고가교처럼 육교가 너무 높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계단없는 육교’가 있을 수 없는 것. 그럼에도 시는 예산부담을 이유로 계단과 승강기를 맞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건설사업소측 관계자는 “아직은 내부결정일뿐 실제 재설계를 해봐야 가능여부가 나온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로 신중을 기했지만 변동사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육교설치시 계단, 경사로, 승강기를 모두 설치해야 하는가’
한상국 시 건설도로과장은 “예산부담을 차치하고라도 3가지 설치는 문제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계단은 일반보행자가 이용하고, 경사로나 승강기는 같은 개념으로 보행약자를 위한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육교설치는 일반적으로 계단과 경사로 또는 계단과 승강기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계단을 뺀 불당육교의 ‘경사로·승강기’ 설치는 일반보행자의 불편을 전제로 하는 것. 한 시민은 “건강한 일반인이 아파트 2·3층을 오르내리는데 계단이 없어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문제를 삼기도 했다.
한편 삼거리육교는 당초 공모작엔 승강기가 있었지만, 실시설계에서 빠진 것과 관련 시는 어떤 이유를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동남구청 김진섭 도로정비팀장은 “처음 공모에는 법이 설정해놓은 12%가 넘어 승강기를 넣었지만, 이후 공원과 박물관 부지가 성토정비로 경사도(8%)가 낮아져 승강기가 필요없어졌다. 이동편익증진법의 법적 요건에 부합했고, 또한 일반육교가 아닌, 공원시설 내 경관보도육교로 그 기능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효율성과 약자편의 ‘토론이 필요해’
한정된 예산으로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행정의 정책방향은 ‘예산 대비 효율성’을 내세운다. 즉 소수약자에 관심도 갖되 ‘시민 다수’를 위한 정책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같은 육교정책은 타 시군도 보편적인 실태로, 우선적으로 계단을 두고, 경사로나 승강기를 택일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예산과 지리적·이용자 여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그 중 효율성 높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권 편의를 위해 대각선횡단도 고려중이지만 이는 기존의 교통신호체계를 확 바꿔야 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과제임을 밝혔다.
장애인단체협의회가 주장하듯 천안시 정책도 도심교차로의 경우 횡단보도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개념을 두고 있다는 한상국 시 건설도로과장은 “횡단보도를 두되, 부득이 어렵다면 지하도나 육교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 입장”이라고 밝혔다.
계단과 경사로에 비해 승강기 설치가 적은 것에 대해 시행정은 절대 약자와 강자의 논리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소수와 다수’로의 정책적 선택일 뿐이고, 그것이 민주주의 논리라고 말한다. 만일 계단보다 승강기 이용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있다면 시행정도 승강기 설치에 80%의 비중을 먼저 둘 거라는 얘기다.
육교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사회가 좀 더 발전적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승강기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장애인이 휠체어로 경사로를 오르는데 있어 현 법적구배의 문제는 적합한지, 계단과 경사로와 승강기는 어떤 함수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등등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