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제안사업에 ‘벽화그리기’로 참여한 이들이 쬐약볕에도 부지런히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수) 천안삼거리 공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로변 담벼락.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열심히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쨍쨍한 햇볕으로 인해 끈적끈적한 땀방울이 연신 흐르는 오후 1시경. 이들은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 없이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대부분 대학과 대학원에서 그림전공한 화가들. 최근 ‘주민제안사업’ 벽화그리기에 참여해 일당 3만3000원의 고용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이들을 지도감독하고 있는 현남주 충남도미협지회장은 ‘못할 짓’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명색이 대학 이상을 나온 사람들인데, 타이틀만 그럴듯하지 이건 취로사업 아닙니까.” 불만이 많다.
처음엔 충남도와 하나의 사업프로젝트로 출발했는데, 어느 순간 ‘주민제안사업’으로 둔갑했다. “그만 두려고도 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붙잡혔지 뭡니까. 이런 거(사업)였으면 애초에 고려도 안했습니다. 학원강사라도 하는게 낫지 돈 몇푼 받겠다고 이럽니까.”
불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벽화는 제대로 완성될지, 지속사업으로 매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가난한 예술쟁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정부가 눈을 돌려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일거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나 아쉬움이 크다.
없는걸까 안알려진걸까
현재 충남도내 주민제안사업은 천안, 예산, 홍성, 서산이 참여하고 있다. 천안은 ‘행복찾기콘서트(12명)’와 ‘벽화그리기(8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문화예술인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통해 생활고를 해결하도록 하는 반면, 그들을 통해 문화예술사업을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윈윈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어렵게 사는 문화예술인도 많다”며 그들을 위한 고용기회를 창출해보자는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의 생각이 반영됐다.
이에 대해서는 김태원 도예총사무국장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문화예술적 특성을 배제하고 단순 취로사업 개념을 도입하면 성공하기가 어렵다”며 “총액제로 줘서 탄력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취지에 맞춰 정말 어려운 예술인인지도 살펴볼 일이다. ‘문화예술분야’의 취로사업이라도 희망하는 예술인이 얼마나 있는지 시장조사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시행기관은 이를 간과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공감하며 “실제 제대로 하려면 이같은 취지의 사업을 정확히 설명하고 참여희망자와 자격요건 등을 면밀히 살펴 적용했어야 했다”며 “향후에 게재가 되면 추진해보겠다”고 전했다.
현남주 지회장은 “다음에도 이처럼 진행하면 참여하려는 예술인은 없을 것”이라며 “좋은 취지의 사업으로 끌고가려면 문화예술적 특성을 고려해 한층 개선된 형태의 사업이 돼야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충남도예총 관계자나 시행정에서도 공감하는 것으로, ‘개선·보완’에 힘을 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희망근로 참여자들 중 ‘문화예술’에 대한 재능이나 전공한 사람들에게 ‘희망프로공연단’ 운영을 권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 8월7일 인구 50만 이상 시에 한해서만 이같은 공연단 운영을 추진해보라는 정부방침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