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마지막 ‘발악(?)’을 했다.
시종일관 비판 분위기 속에 치러진 원장선출총회.
권연옥 전 원장으로부터 시작된 3년간의 파행. 정상화를 위해 법원에서 파견한 2명의 원장 직무대행의 실패. 지역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기다려왔던 천안시는 최근 문화원에 대해 ‘회생불가’란 판정을 내리며 8월 말까지 ‘건물환수’에 들어갔다. 문화원측이 반발하더라도 곧이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환수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원은 자체 원장선출로 맞대응했다. 절차를 밟아 원장만 선출되면 정상화 아니겠냐는 그들식의 전략인 것. 하지만 시와 시민단체는 콧방귀만 뀔 뿐, 또다른 파행선상으로 보는 견해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끌고가는 원장선출은 지역사회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며 구설수만 늘려놓았다.
지난 18일(화) 문화원은 원장선출로 모처럼 100여명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어둑한 선거장은 오히려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원장을 해보겠다고 나선 이는 오열근 단국대교수와 원성동에서 사진공방을 운영하는 남상호씨, 그리고 천안민주평통 소속의 이종록씨로, 이들은 제각각 후보자질을 의심받고 있기도 했다. 파행의 주범들로부터 추천받은 사람이라거나 행실이 어떻다거나 하는 말이 진작부터 돌았다.
후보들은 주요공약으로 “당선되면 예전처럼 시행정에서 보조금을 받아 꼭 문화원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일단 당선하고 보자는 식이라든가, 자신만은 정당하고 유능한 후보라는 착각을 갖고 있었다.
총회회원들은 온통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 뿐. 문화원의 장기적 파행에 대한 책임감이나 반성은 뒷전이었다.
기껏 100명도 안되는 회원들이 문화원을 좌지우지하며 사지로 내모는 격. 일부 문화예술인들과 정치인, 언론인도 가세해 오로지 투표결과의 향배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이를 비꼬는 사람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투표결과 이종록(21표), 남상호(20표)씨에 비해 27표를 받은 오열근 교수가 당선됐지만, 과반수 이상 득표해야 한다는 정관상의 시비가 대두됐다.
장내는 몹시 소란스러워졌고, 선관위는 ‘다수득표자’를 원장으로 내세우려했지만, ‘정관대로 해야된다’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옥신각신. 결국 황각주 선관위위원장은 “결정을 잠시 보류하고 유권해석을 받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자신이 민 후보자가 탈락한 사람이나, 당선됐지만 결정을 보지 못한 사람이나 찝찝함을 담아둔 채 씁쓸히 문화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총회가 파장한 후 당선자의 기쁨을 만끽하기 직전 발목잡힌 오열근 교수와 회원간에 드잡이질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천안시는 ‘천안문화원’이 없어도 큰 문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 어느 지방자치단체도 ‘1지역1문화원’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유일하게 천안만이 천안문화원 외에도 성환문화원과 아우내문화원을 갖고 있는 처지다.
이는 한 개 문화원이 없어져도 지역문화 발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도 “시가 문화원 건물을 환수하고, 유사한 기능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