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로 전화해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저… 남산중앙시장 앞 승강장의 비가림시설이 너무 작아 많이 불편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시장을 많이 이용해요. 그런데 이렇게 비라도 내리면 버스를 기다리면서 비를 맞을 수밖에 없어요. 짐도 무거운데….」 70세 가까운 노인 한분이 얼마전 본지에 전화를 했다.
몇 년 전부터 시행정의 막대한 예산투입과 꾸준한 노력 속에 남산중앙시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전기시설부터 아케이드, 주차장, 공용화장실, 카트, 좌대 등을 설치·정비하면서 이용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 2·3년 전만 해도 충남 논산시장을 부러워했던 이곳은 이제 평상시에도 활기넘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남산중앙시장 입구. 승강장이 없어 노인 이용객들이 비를 피하거나, 장시간 기다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직도 이용객 편의시설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이용객들과 대중교통의 부조화와 상대적으로 협소한 승강장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과 인접한 차로는 버스승강장으로 사용돼 별 문제가 없지만, 반대차로는 족히 ‘100m’는 떨어져 있다. 이용객들의 대다수가 나이든 분들이고, 또한 양손 가득 물건을 사들고 가기에는 거리가 멀다.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더욱 난감한 처지. 그런 불편을 못견디는 일부 손님들은 택시라도 잡아 타고가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장입구 반대쪽 차편은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승강장도 비좁아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1일(화) 오후 3시경, 뚱뚱한 어느 할머니는 우산이 있는데도 짐 때문에 감히 펼 생각조차 못한 채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몸에 저기까지 가서 버스타는 건 힘들어. 돈 몇푼 더 내고 택시타는 게 손 편하지.” 시장 입구엔 마땅히 비를 피하며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기껏 남의 가게 처마를 빌리는 게 고작이다.
시장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버스승강장까지 가더라도 그곳에서의 불편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라도 앉아있을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같으면 그 정도도 넉넉하다 하지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앉아있는 사람보다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르니 오래 기다리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비라도 오면 승강장은 작은 비가림시설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아예 승강장 밖에서 우산 쓰고 속 편히 있는 사람들도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이용할수록 이같은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천안시 교통과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나눠 답변했다. 대중교통담당자는 승강장과 관련해 “이용객들이 앉을 자리와 비가림이 얼마나 적은지, 늘리는 것은 어떨지 등을 종합적으로 접근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좁은 2차로에 버스와 택시, 개인자가용 등이 혼합정차하고, 골목에서 드나드는 차량들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곳으로 인식했다. 그런 이유로 양방향 승강장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검토된 상태. 다만 인도쪽이 넓어 버스베이스를 둘 수 있는지 등 다시한번 면밀히 현장을 파악해 최대한 재래시장 이용객 처지에서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