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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개편 ‘조용한 수면, 물밑은 치열’

전국적 통합논의 활발, 9월경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 초안마련 예정

등록일 2009년08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 전국이 조용해보이는 가운데 개별지역은 물밑 논의가 뜨겁다.

현재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특위는 지난 7월16일 행정안전부와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통합범위와 대상은 해당 시·군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르고, 민감한 부분이라 논의가 어렵지만 급물살을 타고 있는 지역도 많다.

지난 6월 말, 허태열(한나라당) 의원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5개 인접한 시군구를 통합하고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시·도가 관장하고 있는 자치사무 전부를 이관하는 등 실질적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의 역사를 살펴보면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전라북도 금산군과 논산군이 충청남도로, 강원도 울진군이 경상북도에 편입됐다. 1994년 내무부장관이 도 폐지와 시·군통합을 시도했지만 불발됐고, 이후 전국을 생활권 중심으로 70만~80만으로 묶고 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합의사항에 행정체제개편을 포함하고, 현 정부가 국정 100대과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의원들의 관련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국회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를 구성하고 오는 9월경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 초안을 만들어 정기국회 내에 특별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합논의 ‘전국은 지금’

 

통합논의가 가장 앞서있는 곳은 마산·창원·진해시다.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범위와 대상’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방법과 시기’는 의견이 모아졌다. 3개시의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장이 통합원칙에 공감을 표한 이유로는 ‘지방의 경쟁력 제고와 예산절감, 주민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다.

시·군 통합은 김해시와 함안군도 거론되고 있으며 의정부·양주·동두천은 포천과 연천까지도 포함해 통합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역사회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 7월 중순부터 한달 기한으로 시흥권과 부천권, 서울서남권에 대해 시민 대상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광명시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향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입법안 마련 등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순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광양만권(여수·광양·순천) 도시 통합을 위한 범시민단체 구성’을 제안했다. 통합시기와 범위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에 맡겨서는 민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합논의는 갈등요소도 함께 안고있다. 자율통합이 추진중인 구리·남양주 통합은 통합반대를 외치는 범시민공동대책위가 꾸려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일부 충북도의원과 청주시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와 공익, 지역발전을 위해 청주와 청원이 통합될 수 있도록 멸사봉공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핵으로 떠오른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김성수(한나라당) 의원은 통합 선결조건으로 ‘주민의견 통합’과 ‘파격적 인센티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행 도체제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행정구역통합 전국순회워크샵에서 시·군 통합 당위성 못지않게 도 체제의 유명무실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도 도 체제의 철폐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 기능이 사라지면 지역균형발전이 어렵고 중앙권력 집중화를 초래할 거란 반론도 나왔다.

행정구역 통합이 주민참여수준을 떨어뜨려 지방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간담회에서 조유묵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정부의 규모가 커질수록 주민참여수준과 정서적 연대감이 떨어지면서 공동체의식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은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행정구역 통합이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NGO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NGO들이 행정구역 통합에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아산 민감 ‘논의 자제’

 

천안에선 행정구역 개편이 어떤 물밑논의가 흐르고 있을까.

지역사회는 아직 ‘행정구역 개편’ 용어가 낯설다. 시행정이나 시의회에서도 이렇다 할 준비가 없으며,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화두에도 등장하지 않는 메뉴다. 시민단체에서도 경실련 외 관련 현안사업으로 채택해 연구·조사되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진지한 논의는 없었지만 천안과 아산의 일부 정치인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천안-아산 통합’을 언급, 민감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아산은 시의회에서 ‘반대입장’을 채택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가장 앞장서 활동하는 유일단체이기도 하다. 중앙 경실련은 지난 6월 말 성명서를 통해 ‘무리한 통합발상은 지방자치 근간을 무너뜨리고, 지역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주민 자율논의에 맡기고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해 지역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천안·아산경실련도 물밑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미약한 수준. 일부 피해의식을 갖고있는 아산으로서는 갑작스런 천안과의 통합논의는 반발을 불러오는 민감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천안과 아산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밑바닥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통합세미나나 여론조사 등의 본격적 활동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개편논의의 물꼬를 트고있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은 더 큰 사회적 혼란과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우려했다.

<김학수 기자>

정치권 개편논의 문제점 많아

이기우 교수 “국가 재구조화 차원에서 시작해야”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최근 ‘정부간의 역할정립과 지방행정체제개편의 방향’이란 주제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쟁점과 방향을 요약했다.

이 교수는 행정체제개편은 결국 행정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지만, 정치권은 지방자치계층문제와 행정구역 개편에 치중돼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정부의 기능은 내용이 되고, 행정계층이나 행정구역은 그릇으로 어떤 내용물이냐에 따라 그릇의 크기나 모양이 달라져야 하는데 정치권은 그릇에만 집착해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는 국가적 기능약화, 지역간 입지경쟁심화, 지역경쟁력 강화, 다양화와 창조적 지식, 전문화, 위험분산에 대한 요구증가, 탄력적 정치질서 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도폐지 및 시·군통합’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개편론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다고 밝혔다. 자칫 지역공동체의 해체와 정체성 혼란, 중앙집권 가속화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한 지방행정구역의 개편방향은 무엇인가.

그는 도의 경우 도와 광역시를 통합하고, 시·군은 지역특성에 따라 분할과 통합, 구역변경을 통해 행정구역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읍면동은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기초자치간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가 재구조화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치권의 정략적 왜곡과 정치독점을 극복, 지방정치 활성화로 지방과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주장이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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