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제대로 잡고 가는 거야?’
지난 8일(수) 오후 2시의 시청 상황실. 천안삼거리 및 호두과자에 대한 ‘문화재지정검토 학술용역최종보고회’는 개념정리도 안된 채 진행했다. 용역을 맡은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원삼거리가 어디인지조차 몰랐다. 한 심의위원이 다른 곳을 지적하자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문화재 지정검토 용역(1800만원)이지만, 어떻게 해야 지정될지 모르는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호두과자에 관해서도 천안호두의 별다른 특징을 찾아내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문화재로 유리하게 지정받는지도 몰랐다. 기본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못해 최종보고회는 안개속에 쌓인 듯 영양가 없이 논의하다 끝이 났다. 부시장과 더불어 회의를 주재한 서장근 주민생활지원국장은 “용역이 구체성을 띠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삼거리공원과 호두과자 모두 어떤 요건을 갖춰야 문화재로 지정되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지 연구돼야 한다. 그래야 요건충족이 가능한지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주문했다.
구체성 띠지 못한 최종용역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이번 연구목적을 밝혔다.
‘천안삼거리는 교통의 요충지와 문화적 점이지대로, 호두과자는 지역특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향토식품이라는 점을 정립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삼거리와 호두과자에 대한 역사·학술자료수집과 정리에 시간을 보냈다. 학술연구세미나도 열었다.
이런 노력을 토대로, 천안삼거리는 특정지점을 일컫는다기보다 ‘삼남대로의 갈래길’이라고 포괄한다고 정리했다. 또한 일제강점기때 신작로와 이후 1번국도가 생기면서 위치찾기에 혼란을 빚었다.
호두와 관련해서는 ‘유청신이 1290년 원나라에 갔다 돌아올때 호두나무와 열매를 가져왔다고 하더라’ 하는 설을 밝혔다. 예전기사를 들춰 ‘천안의 호두는 껍질이 얇아 깨뜨리기가 쉽고 알맹이가 크다. 참기름맛과 같이 고소해 식민지 시절, 일본사람들이 과자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호두과자의 재료로 미국산 호두와 중국산 팥 등이 사용되면서 천안호두과자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호두과자는 1934년 제과기술자 조귀금·심복순 부부가 호두를 이용해 병과를 만들어 천안역 근처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천안호두과자가 시작됐고, 지금은 수십개의 호두과자업체가 성업중이다.
역사문화연구원은 천안삼거리와 호두과자의 몇몇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고려태조 왕건, 광덕사와 호두나무, 천안삼거리와 능수버들을 지역브랜드로 삼고, ‘삼거리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 또한 전시와 연구, 체험시설을 조성하고 스토리텔링과 영상콘텐츠로 제작할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천안삼거리는 위치가 불분명하고 형질변경으로 원형을 상실, 사적 또는 명승지정에 한계가 있음으로 중요민속자료로 신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정리했다. 호두과자 또한 특징이나 제작도구, 제작기법이 전수되고 있지 않아 문화재지정에 한계가 있다며 향후 특별한제작기법을 찾아내고 타 지역과 차별화도니 호두과자를 생산할 경우 무형문화재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정리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