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이 문화’라고?
공공디자인 관련 세미나가 천안박물관에서 열렸다.
21세기 디자인은 자체가 문화적 현상이고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문화중심의 디자인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
신홍경 (사)한국공간환경디자인학회 회장은 디자인을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물의 마음을 담아 전달해 주는 문화적 행위”라고 보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꾀하고 그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2009 지방자치단체 공공디자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충남도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공공디자인부서를 신설했다. 지난 4월에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공공디자인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발주해 놓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공공디자인클리닉센터를 설립, 시·군의 공공디자인 사업에 대한 자문과 컨설팅을 지원하게 됐다. 또한 공공디자인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아름다운 간판문화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 5월28일까지 천안 재능연수원에서 ‘제2회 공공디자인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삶의 질 높이는 공공디자인
지난 11일(목) ‘2009 지방자치단체 공공디자인 세미나’가 천안박물관에서 열렸다. 주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충청남도가, 주관은 한국공간환경디자인학회가 맡았다.
주제발표중인 이정수 교수
이날 세미나는 3개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정수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 디자인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삶의 질은 도시디자인 또는 공공디자인과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공공성을 고려한 공중화장실이나 공원, 도로, 공동주택 가각공원, 벤치, 화분대, 간판 등이 어떠한 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 공공성이 강한 디자인은 ‘도시정체성’까지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성과 창의성’에서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울퉁불퉁하게 만든 미니축구장이나 기발한 생태공원, 눈높이로 디자인된 어린이 자전거도로 등을 꺼냈다. 이 교수는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인데 결정권자는 생산자가 되는 것을 모순으로 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용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도 밝혔다.
이연소 명지전문대학 산업정보디자인과 겸임교수는 ‘도시의 밤을 디자인하는 빛의 디자인’에서 “어둠을 배려하는 마음 속에서 밤의 경관이 형성된다”고 밝혔다. 그는 방범조명과 도로조명, 입간판조명, 자연경관의 조명 연출 등으로 문화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봤다.
<김학수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디자인은 우리 삶의 동력원”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파도가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내수는 물론 수출도 줄고, 실업자는 늘고, 가계의 자산도 반토막이 나고, 부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 뿐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디자인을 논하면 자칫 한가한 소리나 한다고 핀잔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디자인의 가치에 주목하고 공공장소와 생산현장, 사무실, 가정 등 모든 곳에서 디자인을 활용해야 합니다.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재생시키고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 성공한 미국, 유럽, 일본의 여러 도시들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사양산업으로 쇠락해 가던 동네가 간판디자인 개선 등 공공디자인을 시작으로 활력을 되찾게 된 사례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 사이에 활기찬 대화가 시작됐고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습니다. 디자인의 힘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장과 사무실의 디자인을 개선함으로써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사례가 자주 보도됩니다. 환자에게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주면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것은 물론 신체의 고통마저도 줄어든다는 연구, 학교의 디자인을 개선해서 교내폭력을 줄이고 학습효과를 높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디자인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런데 ‘디자인’ 하면 으레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뭔가 어려운 것을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디자인이 그동안 일상의 생활과 문화가 아니라 제품·포장디자인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디자인이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21세기 문화의 시대에는 디자인이 생활이 되고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디자인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천안시 ‘내년 공공디자인 용역발주 예정’
충남도 10월 용역결과 토대로 본격 추진
충남도의 ‘디자인 개선사업’이 조만간 도내 시·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시도 도시디자인에 대한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공공디자인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수립되는 대로 ‘디자인 충남’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완구 도지사의 의지다.
아직 도내 일선 시·군은 공공디자인에 대한 움직임이 둔감하지만 충남도의 추진력은 강력하다. 지난 5일에는 충남발전연구원에서 ‘충남공공디자인기본계획 2차워크숍’을 가졌다. 정부에서도 지자체 역량을 최대한 발휘토록 관련 법제도의 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임을 인식하며 도시이미지 개선, 지역정체성 확립, 장소중심의 디자인 계획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오는 10월에 마무리되는 ‘충남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은 각 시·군별 공공디자인 실천계획과 가이드라인에 활용될 예정이다.
천안시도 정부와 충남도에 발맞춰 건축과에 ‘도시디자인팀’을 두고 있다. 도시디자인과를 두고 있는 인근 아산시보다는 못하지만 관심은 무척 높은 상황. 한원섭 도시디자인팀장은 “늦은 감은 있지만 공공디자인 부문은 수십년을 내다보는 사업으로, 조급해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천안시는 경관계획수립을 위해 올해 말까지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디자인과 관련해선 충남도의 계획수립이 완료되는 대로 내년 관련용역을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지난 5월 중순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조성사업’ 시범거리로 서천군과 예산군 일부지역의 간판개선사업을 완료했다. 서천군에 7억원, 예산군에 7억9000만원의 예산이 쓰여졌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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