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이 다 흙집은 아닙니다.”
국내에 2인자 하면 서운한 흙집 전문가 정현근(57·천안 성환읍)씨. 7대째 옹기장이하던 집안이 15년 전, 흙집 전문가로 바뀌게 된 사연이 인생역전이 이채롭다.
“7대째 옹기공장을 내 대에서 끝낸 것은 지금도 아쉽습니다. 말로만 전통이 어쩌구, 저쩌구. 실젠 전통을 모르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옹기는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엮이며 된서리를 맞았다. 읍·면마다 하나씩 있던 옹기공장은 플라스틱이 들어오면서 의도적인 ‘말살’로 전국 옹기장이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역사를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도 15년 전, 눈물을 머금고 옹기공장을 그만 뒀다. 어짜피 흙을 만지며 살던 사람이니, 조금 궁리한 끝에 흙집 기술자로 돌아섰다. 웰빙 얘기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됐으니, 흙집에 손 댄 건 전국에서 최초일 거란다.
“흙을 만지던 사람들이 고되고, 나이먹고, 자식들에 의지해서 더 이상 흙을 만지지 않게 됐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야 전통의 맥을 잇는다고 버티다 결국 손을 뗐지만요.”
흙과 인생의 연을 맺어온 집안답게 그의 흙집은 ‘흙’ 자체의 명예도 존중해줄 줄 알았다.
“요즘 지어지는 대부분 흙집은 실제 흙집이 아니에요. 그걸 잘 몰라요.”
부유한 사람들이 웰빙이다 해서 흙집을 좋아하면서도 매끈한 것을 찾는 바람에 흙벽돌은 각종 화학약품이 입혀졌다. 물에도 절대 풀어지지 않는 흙벽돌, 게다가 지붕조차 나무너와나 돌너와가 아닌 인공물을 사용한다.
“유해한 성분이 반쯤 섞인 흙집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거죠. 제 흙벽돌과 흙집 소재들을 보곤 ‘아! 저거구나’ 하고 의뢰합니다.”
100㎡짜리 집을 짓는데 대략 6만개 안팎의 흙벽돌이 필요하다. 그가 쓰는 재료는 단순하다. 흙, 소나무, 대나무, 참숯, 참숯가루, 한지, 그리고 일부 벽돌이 쓰여진다.
많이 알려지면 오히려 번거롭다는 그. 1년에 두세개만 지으면 될 정도의 공급력을 갖고 있고, 그 정도면 지금처럼 소문듣고 오는 사람 정도면 충분하다고 으스댄다. 얼마 전에도 성남면 사는 이가 전국 20여 개곳을 알아봤지만, 결국 그에게 일을 맞겼다. 물에 녹는 진짜 흙벽집을 짓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까닭이다.
가격은 시쳇말로 ‘평당 350만원’ 선. 세면집과 비슷한 가격이란다. 게다가 장독대, 찜질방, 원두막, 토담 등 다 해준다.
그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흙집을 권한다. 가장 자연스런, 가장 살기좋은 집이란다.
"웰빙을 해도 진짜 하십시오. 친환경이라 내세우는 대다수는 무늬만 닮았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