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죽사가 아닌 이죽비, “참 원통한 날씨다.”
하늘을 바라봐도 먹구름만 가득, 을씨년스런 기운이 명동거리에 그득하다. 그동안 화창한 날씨는 말끔히 사라졌다. 거리축제 처지에선 비라는 것이 훼방꾼일 수밖에 없다.
둘째날, 명동거리는 장대비로 인해 대부분 공연이 무산되면서 사람구경도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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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찾아든 ‘판프린지’ 무대.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행사진행자들의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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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금) 판페스티발 개막공연 1시간여 앞둔 상황에서 어두운 하늘은 급기야 비를 뿌렸다. 우왕좌왕하다 야외객석 모두에 천막을 쳤다. “저거, 무대가 다 가리잖아.” 행사 진행자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결국 그렇게 공연이 시작됐다.
미처 우산을 준비 못한채 찾아온 관객들은 천안예총에서 지급하는 일회용 우비를 입었다. 빗소리에 주위는 몹시 소란스러웠다. 지난해 객석이 부족해 서서 봐야했던 분위기와는 딴 판. 객석은 반이나 채워졌을까. 비 하나가 그동안 준비했던 많은 것들을 무산시켰다.
이튿날은 장마철이라도 맞은 양 장대비가 내렸다. 야외무대로 준비했던 판프린지는 비를 피해 상가 실내로 숨어들고, 아트마켓이나 거리의화가 등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축제장소인 명동거리는 우산을 쓰고 바삐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일부 프로그램은 실내로 찾아들었다. 판프린지나 시화전 등이 피난처처럼 비좁은 공간에 자리를 깔았다. 텅빈 객석에 행사관계자나 무대에 오른 공연자나 신바람이 나지 않는 듯 거리는 썰렁했고, ‘거리의 유혹’이라는 구호는 텅빈 거리풍경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마지막날은 날씨가 개였다. 하지만 비만 내리지 않을 뿐, 을씨년스런 찬 기운은 명동거리에 가득했다. 그동안 못열었던 아트마켓이나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거리의화가 등이 길가로 나왔지만 비 올 것을 대비한 천막 등이 분위기를 위축시켰다.
올해 판페스티발에 ‘날씨’는 확실한 불청객으로 행세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