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54`LIG손해보험) 씨를 ‘산사람’으로 인정합니다.」
언뜻 봐선 ‘절대’ 산행을 즐길 사람이 아니다. 얼굴부터 복스러운 몸집이 산사람 이미지와는 괴리감이 큰 박상철씨. 2003년 처음 멋모르고 따라 나선 산행은 그를 ‘죽을만큼’ 힘들게 했다. ‘제천에 있는 금수산이던가요….’
기억을 더듬는 첫 산행은 그에게 모진 고통을 선사했지만, 이젠 잊지 못할 값비싼 추억이 돼버렸다. 6시간 코스에 길도 잃고, 물도 떨어지고, 게다가 내려올 무렵 다리까지 쥐가 났다. 대충 따라갔던 산행이라 등산화는 고사하고, 모든 장비가 불량스러운 상태에서 무사히(?) 밑에 다다랐을 때는 몸이 만신창이가 돼있었다.
“지금은 여름에도 아이젠을 갖고 다닙니다. 가파른 바위에도 착 달라붙는 등산화며, 자칫 미끄러질 때를 대비한 튼튼한 배낭에 우산, 우비, 무릎보호대 등 ‘장비우선주의자'가 됐습니다.”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과 사귐도 갖고자 악착같이 산행을 했지만, 어느 새인가 산 자체가 좋아졌다. 처음 월 1회만 다니던 것이 3년 전부터는 첫째주 단국산악회, 둘째주는 그가 속한 사계절산악회, 셋째주는 사무실 직원들, 넷째주는 타산악회에 끼여 우정산행을 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는 산에 미친(?) 그를 관조적으로 보는 처지. 같이 가자고만 하지 않으면 불만이 없다.
사계절산악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각계에서 활동하는 지역민들로 구성돼 있다. 정회원 69명에 일반회원 60명이 꾸준하지만, 실제 산행을 떠나기는 40명이 타는 차 한 대를 채우는 선이다.
“회원 구분없이 2만원에 도시락 지참이면 어디든 함께 할 수 있는 산행처럼 저렴한 즐거움이 어딨습니까.”
산도 무리하게 타지 않고, 산행 뒷풀이로 그 지역 특산물도 쇼핑하고, 먹을거리도 즐기는 통에 사계절은 언제나 인기만발. 한가지 흠이라면 점점 ‘경로당산악회’란 말을 듣는 점. 40·50대 주축이던 사계절에 50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찌뿌등하거나 하면 산행을 해보세요. 진짜 단내·짠내 내며 고생끝에 산 정상에 서면 세상이 다 내 것입니다. 폐활량도 좋아지고, 매사에 의욕이 넘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기에도 으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