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 파행 이후 형성된 냉기류가 당최 깨질 줄을 모르고 있다. 문화원의 내부갈등을 틈타 점령한 것은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이권세력들. 그 틈바구니에서 민주주의는 몸을 사린 지 오래다.
3개월만 지나면 파행 3년이 꽉 찬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삼세번’이 통했다. 시합을 해도 삼판이고, 하다못해 부모가 돌아가셔도 삼년상을 치른다. 그렇기에 이같은 파행이 3년을 넘어간다는 것은 ‘정상화 희망을 덮자’는 종료시점이 되기가 쉽다.
다행히 문화원도 이같은 절박함을 아는지 최근 ‘이사 전원사퇴’를 일궈냈다. 정상화 추진을 위해 법원에서 원장 직무대행도 올곧게 세웠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무관심과 무능이 문화원을 더 이상 정상화로 이끌지 못하는 실정이다.
12일 천안시는 다시한번 시행정의 당찬 의지를 다짐했다. ‘만족할 만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천안문화원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행정대집행을 진행해 천안시가 임대해준 문화원건물을 돌려받게 되면, 정상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까지 포기하겠다는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국 지자체가 하나만의 문화원을 운영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천안만 유일하게 3개의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음도 위안이다.
시 관계자는 “원장이 6개월의 한시기간을 갖고 정상화를 추진하는 만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참는 기간은 ‘언제까지고’도 아니고 ‘6개월간’도 아니다. ‘더이상 정상화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때 냉정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다.
정상화를 발목잡아왔던 ‘악의 축’과는 일말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천안시. 문화원을 잃게 되도, 그들을 길거리로 내쫓음으로써 ‘사회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는 지역사회의 자존심이다.
요즘 막장드라마가 인기다. ‘막 가자는 것’이 자극적이고 관심을 모으는 시대트랜드로 자리잡는 듯하다. 하지만 결과론에선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는 비극적 결말을 맺고야 마는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늦기 전에 50년 전통의 천안문화원이 이번 파행을 ‘성장통’으로 삼고, 백년대계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