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더 이상 걷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천안의 명동패션거리는 지금 변신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잊혀 가던 천안의 옛 거리가 공연무대도 되고 전시장으로도 꾸며지게 된다. 천안예총과 8개 장르의 협회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이 거리에서 '거리의 유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민들을 유혹하기로 한 것이다. 거리에서 판을 벌이는 천안판페스티발 2009.
흔히들 예술은 전시장에 가야 감상할 수 있고, 티켓을 사서 공연장에 들어가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예술은 일반인들이 근접하기 어려운 고상한 그 무엇쯤 된다는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다. 천안판페스티발은 그런 일상화된 사고를 뒤집는다. 이른바 역발상인 셈이다. 길바닥이 전시장으로 바뀐들 하등 대수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 첼로나 바이올린을 연주한들 같이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예술이란 게 그런 거였다. 솜씨 좋은 사람은 동굴 벽에다 들소나 사슴 모양의 그림을 새겼다. 목청 좋은 어떤 이는 그 옆에서 동굴을 확성기 삼아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 술 같은 마취 음료를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굳이 예술이란 이름을 달지 않고도 그들은 유쾌한 예술의 경지를 스스로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 선조들도 소위 음주가무라는 것을 삶의 활력소로 삼았다. 술과 노래와 춤과 시가 한 몸을 이루며 풍요한 삶의 동력을 가꾸던 역사가 있었다.
그러던 예술이 어느 날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클래식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기침도 참아가면서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는 게 에티켓인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알 수도 없는 그림을 보면서 공연스레 고개를 주억거려 주어야 하는 것이 감상 상식이 되어 버렸다. 책은 방안에서 고요한 머리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비싸면 비쌀수록 더 예술이 되는 것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꿔지기 시작했다. 참 이상한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천안판페스티발은 그런 고상한 표정만이 예술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천안에서 활동하는, 그래서 천안에 빚지고 있는 예술가들이 잠시 5월의 거리로 외출했다. 이곳에서 같은 하늘을 지붕삼아 살아가는 이웃들과 한 판 즐거운 예술난장을 벌이기로 하였다. 벌써 미술가들이 거리에 판을 벌이고 있다. 화려한 옛 명성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거리로 전락해 버린 명동거리의 바닥길을 환하게 채색하고 있다. 220여 미터의 바닥길이 솜씨 좋은 미술가들의 전시장으로 환골탈태되어 있다.
15일부터는 이 일대가 본격적인 예술난장 무대로 다시한번 신나는 변신을 하게 될 것이다. 천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예술 동아리들이 총출동하여 거리를 시끌벅적하게 만들 것이다. 이 예술퍼포먼스에 참가하기 위해 시민들이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을 집에 떼놓고 오지 않아도 된다. 어린애기를 유모차에 태워 와도 얼마든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술 취한 아저씨라고 해서 집으로 돌려보낼 일도 없다. 바로 그대를 위한 공연이니까.
판페스티발의 '판'은 많은 사람이 함께 모이는 곳으로서의 '판'이다. 그러니까 모두 와서 한 판 벌일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판'은 'PAN'이기도 하다. 'People'(사람들)의 'P'와 'Art'(예술)의 'A', 'Nature'(본성)의 'N'이 모여 만든 'PAN'이니까 누구나 본성대로 예술을 즐길 것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