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가명)씨는 지난 7일 천안삼거리공원을 찾았다. 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차에서 내려 공원을 둘러보는 사이 몽환적 풍경에 사로잡혔다. 하늘에서 꼭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공원호수에 핀 철쭉꽃 감상에 잠시 빠져있다 돌아나오는 길. 오른쪽 눈이 가려워 손으로 비벼댔다. 입구 화장실 거울에 비친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갑자기 봄철 꽃가루알레르기나 눈병에 조심하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혹시….’ 오뉴월, 갑자기 콧물도 흘렀다. 그 길로 차를 몰아 안과로 향했다.
거리 가로수가 녹음으로 가득 찼다.
5월 햇살에 사람들의 봄나들이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얇은 옷들로 갈아입고, 저마다 산이다 들이다 다니고, 멀리 못가는 사람들은 가까운 공원이라도 찾아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놓고 나들이하다간 눈병과 꽃가루알레르기에 덜컥 고통의 대가를 치루기 알맞다.
대한 소아알레르기와 호흡기학회의 ‘꽃가루 예상자료’에 따르면 국내 7개 지역중 전라도가 일주일 평균 499.5포인트로 가장 높고 충청도가 254포인트로 나타났다. 제일 낮은 경상남도도 20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들 화분수치는 14포인트 이하가 알레르기 유발정도가 미약한 편이고, 15~99포인트가 조심단계다. 100~499는 위험수준, 500포인트 이상은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한 언론사는 지역의료계 입장을 들며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들이 지난달보다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봄철에는 급변하는 기후환경으로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면역력이 약해진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시도 발빠르게 도심의 꽃가루를 원천 봉쇄하고 나섰다. 벚꽃이나 유채꽃, 장미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옮겨지는 것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지만 자작나무나 참나무, 버드나무 등 바람에 의해 옮겨지는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것. 이 때문에 시는 4월 한달동안 도심 가로수 전지공사를 모두 마쳤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 민원이 제기되는 능수버들은 몸통만 남겨놓고 모두 없앴다.
버들육거리의 능수버들이 강전지로 말끔해졌다. 몸통만 남아 꽃가루 날릴 걱정이 없다.
“꼭 꽃가루 때문만은 아닙니다. 능수버들이나 플라타너스는 맹아(트는 싹)가 강해 금방 웃자라 차도의 차량흐름이나 인도의 보행권을 방해하기 때문에 강전지를 해버리는 겁니다.”
시 산림과 최문기씨는 덧붙여 “도심 능수버들은 10년전부터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암나무나 수종을 점차 없애왔다”며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대부분 꽃가루가 적게 날리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거리공원 주변이 꽃가루 천국이 되는 것은 도심을 벗어나 있고, 또한 관람객들에게 천안시와 삼거리의 상징인 능수버들을 보여줘야 하기에 최소한의 전지로만 관리하고 있음을 밝혔다.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주로 맑은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 결막염을 동반한다. 눈이 간지럽고 따가우며 붉게 충혈되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예방법으로는 바람이 심한 날 외출을 삼가며, 의류와 침구류 등을 밖에 널지 말고, 창문은 닫되 에어컨으로 실내공기를 환기시키면 좋다. 콘텍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은 더욱 렌즈를 깨끗이 세척하고, 외출시 보안경을 착용하되 흙먼지가 들어가면 절대 비비지 말아야 한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