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역사회에도 괴짜는 많다. 괴짜란 한마디로 평범하지 않다는 건데, 그렇다고 비범하다고도 볼 수 없다. 천안에서 ‘이병익’ 하면 그를 아는 사람들은 ‘괴짜’로 낙인찍는다. 그도 그럴것이 수십년을 한결같이 정부와 정치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벌어진 의원들의 추태에도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힘차게 비판했다. 논조는 언제나 정직하고 선량하게 행하자는 것으로, 비판의 정당성을 삼는다.
“내가 신문은 잘 안봐요. 하지만 신문이 하는 일은 알죠. 정치인이나 공직자, 교육자가 너나할 것 없이 썩었어요. 사회가 이래선 안되는데…. 언론들도 제대로 알리질 못해요.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고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있다고 바른 말을 해야 해요.”
며칠 전부터는 무척 바빠졌다. “20일(월) 판문점을 갈 겁니다.” 뜬금없는 말에 당황스런 것도 잠시,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이것 좀 전하려고요.”
내용인즉 남한주민으로서 북한당국에 고하는 것으로, 분단의 아픔을 끝내고 하루속히 평화통일을 이뤄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는 내용이다. 남북통일 문제를 목적으로 초청해 주시길 바란다는 추신도 달았다.
그이에 따르면 이번 판문점 행보는 세 번째로, 두 번째인 88년 6월에는 판문점 인근 군부대에서 조사까지 받고 나왔다. 당시 사회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남아있던 시절임에도 그는 기죽지 않았다. 다행히 별 탈 없이 매듭지어졌고, 이후 20년이 흘렀다.
“관할 파주경찰서에 지난 8일 그같은 취지를 알리고 왔어요. 두번 다 출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막혔지만 이번만은 꼭 판문점에 가 볼 생각입니다. 충남시사신문에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나이 73세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아파트 경비를 서고 있는 이씨는 2남2녀 자식들이 다 번듯하게 사는데도 반평생을 한결같이 나라를 걱정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집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각 관계기관에서 받은 회신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마치 훈장처럼….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