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원장직무대행 반인충)이 지난 2일(목) 이사회를 가졌다. 반인충 전금산교육장이 정상화를 위해 원장 직무대행으로 온 지 한달 반만의 일이다. 그동안 파행에 따른 부담과 이견차를 안고 이사회가 무산되길 몇 차례. 이날은 26명의 이사들 중 14명이 참석했고 5명이 위임해 성원을 충족시켰다. 다만 문화원 정상화 방식에 지역사회와 뜻을 같이하며 앞장섰던 이사들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그중 한 이사는 문화원이 자체 정상화를 일궈낼 의지가 없다고 판단, 시청 관계부서를 방문해 하루속히 문화원 건물 등에 대한 ‘재산환수’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사회 안건은 정관개정토의, 회원정리의건, 정기총회안건 토의, 정상화 방안토의 등 4건이 올라왔다.
14명의 이사들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일(목) 천안문화원 이사회가 열렸다.
회원 77명 제명처리 통과
먼저 정관개정건은 결과적으로 다음 회기로 미뤄졌다. 표대결까지 갔으나 사전에 정관 개정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다. 반인충 원장 직무대행이 거듭 “2007년 한국문화원연합회 새 표준안이 만들어졌으나 천안은 파행중이어서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이해를 구했으나, 사전에 개정자료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는 것이 빌미가 됐다. 원장 직무대행은 “정관개정에는 사견이 일체 없을 뿐 아니라 이사라는 분들이 그같은 내용을 아직까지 살피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도 “간단히 이 자리에서 변경내용을 살펴봐도 쉬운 내용”이라며 괜한 발목잡기 아니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관에 따라 연회비 납부를 성실히 이행치 않은 회원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제명처리하겠다는 안건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에 따라 전체회원 150명 중 77명을 제명하되 오는 15일까지 소명기회를 주는 것으로 마지막 절차를 남겨뒀다. 문화원은 이를 위해 1·2차 미납부에 따른 제명안내장을 해당 회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고 밝혔다. 원장 직무대행은 “등록만 돼있지 회비납부의 의무도 버리고, 참여도 안하는 회원들은 정족수만 차지해 분명한 선을 긋는 것이 문화원 운영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후 문화원 회원수는 이사 26명을 포함해 73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세 번째 안건인 정기총회건에 대해서는 원장 직무대행이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기총회를 열면 안건이 따라야 하는데 그동안 파행으로 인해 마땅히 올릴 안건이 없다”며 “회원정리는 총회에서 보고절차만 밟을 뿐이고, 원래 감사선출과 정관개정건을 올리려 했는데 정관개정건 처리가 연기돼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결국 8일(수) 임시이사회를 열어 정관개정 처리와 범토론회 개최를 포함한 정상화 방안, 신임원장선출건 등을 논의하기로 정리했다.
정상화방안 토의 ‘옥신각신’
정상화 방안 토의를 시작하며, 반인충 원장 직무대행은 자신이 한달여 동안 각계의견을 수렴해본 결과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모두 4가지로 압축되는 의견을 놓고 “오늘 이사들의 고견을 듣겠으며, 이중 하나라도 의견이 집약돼 참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멋모르고 왔는데 참 힘들다. 하루에도 몇 번씩 회의감이 들고,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직전에도 교육장을 한 분이 힘든 사정으로 그만뒀다. 나마저 그만두면 ‘교육자들 뭐 그래’ 할까봐서도 이렇게 있다”며 원장 직무대행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고통스런 자리임을 고백했다.
반 원장 직무대행은 “2년여 동안 시 보조금을 못받아 수돗물이 새고 있는데도 고치지 못하고 있고, 전기·전화 등 공공요금도 못내 절단통지받고 있다. 직원임금체불도 노동부에 제소된 상태로 벌써 1년동안 2차례 500만원씩 벌금내고, 최대 8번까지 벌금이 있다더라. 엄청난 문제가 산적돼 있어 폭발직전이다. 하루빨리 정상화되지 않으면 큰일이다”고 호소하며 토의를 이어나갔다.
반 원장 직무대행이 정상화를 위한 각계의견은 ▶첫 번째, 문화원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이사나 회원이다. 총회를 소집해 원장을 선출하라는 것.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인정 못받는다는 반론이 문제다. 파행의 책임자들이 뽑은 원장이라며 이를 시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두번째, 건물을 시에 환수시키고 시 방침에 맡기라는 것. “이는 어느 단체의 요구로, 시의회에서 환수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시에서 2번이나 독촉장을 받은 상태다. 행정대집행을 앞둔 상태에서 정상화를 위해 원장 직무대행도 새롭게 왔으니 지켜보자며 잠시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번째 이사와 회원을 다 정리해라. 현 상태에선 절대로 정상화하는 것이 어렵다. 할 수 있었으면 3년이나 끌었겠냐는 것. “이같은 주장에는 원장 직무대행으로 잘못 있다가는 원망만 듣고 누명쓰고 물러갈 거다며 겁을 주기도 한다. 피본다는 생각으로 이사와 회원, 직원들 다 자르고 새판으로 짜라고 한다. 물론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노동부에 제소되고 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일각에선 무리하게 하지 말고 그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스스로 사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슬기롭다고도 한다”고 밝혔다. ▶네번째,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공개토론회를 진행하라는 것. “문화원 자체 자정이 어렵다고 보고, 범대책위를 통한 공개토론회 등에서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 실행하면 된다”는 거다.
이같은 말을 모두 들은 이사들의 정상화 토론은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 푸념으로 일관되며 파장했다.
A 이사는 “정상화가 뭘까 고민도 많이 해봤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신임원장을 뽑아도 시가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되지 않느냐.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억울하고 속터진다”며 정관대로 노력하자는 뜻을 밝혔다. B 이사는 “의견을 쭉 주셨는데, 그 사람들 회원이라도 돼서 얘기해야지. 그들 말에 좌지우지 할 필요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C 이사는 “원장선출이 수순이다. 그 다음 시의 재정지원 여부를 봐서 심각하게 이사들의 거취문제 등을 생각해보자”고도 말했다. D 이사도 “정관대로 시행했으면 좋겠다. 회원이 뽑는 원장이 돼야한다”고 주장했고 E 이사는 “보조금을 시에서 주니 문제다. 문광부에서 줘야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길들이기 하니냐. 신임원장 뽑고 안되면 그때 논의하자. 사회적 저명인사로 원장을 추대하자”고 말했다.
반면 F 이사는 “신임원장이 뽑혀도 문제해결 안되면 힘들어진다. 사전에 확답받고 하는 게 옳다. 또 우리가 주인이라고들 하는데, 그럼 문화원이 안고있는 빚이 1억5000만원이 넘는다. 이사들이 일부라도 해결할 의향은 있는거냐”며 이사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G 이사도 “이사들이 제대로 못한 건 통감한다. 이 자리가 부끄럽다. 그만두는게 좋다면 그러고 싶다”고 했다.
반인충 원장 직무대행은 “고견은 다음주에 이어서 논의하자. 다른 건 몰라도 대토론회는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막대한 소요예산을 시에서 부담해줬으면 하는데, 얘기해봐야겠다”고 피력했다.
<김학수 기자>
황각주 이사… 소견발표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사임계는 이 시간 끝나고 낼 거다. 현재 문화원은 부도가 난 거다. 1억5500만원의 빚이 있다. 직원들은 월급도 못받고 있다. 누구 책임이냐. 파행의 주된 책임자들도 모두 떠났다. 오늘 다행히 이사회가 열렸다. 우린 이 시점에서 뭘 해야 할까. 누가 우리 주인들을 내쫓느냐 하고 반발하고 싶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정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왔으면, 얼마나 창피한 일이냐. 문화원 파행에 대해 왜 우리는 수수방관하고 있느냐.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정상화를 위해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했냐. 지금 우리 이사들은 명예심 갖고 이 자리에 서있는가. 난 부끄러워 사임계를 갖고 왔다. 이번이 세 번째다. 우리 문화원이 자칫 길거리로 나앉을 거냐. 아니다. 원래 문화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사들이 문화원 빚이라도 갚게 내놓을 거냐. 각자 반성하자. 회원이라야 이제 이사들 포함해서 70명 안팎이다. 원장 직무대행도 온 지 얼마 안 돼 잘 알지 못한다. 문화원 이사들이 설 자리가 어딘가. 떳떳한 이사가 되자.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