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문화원이 파행의 과정을 밟을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다. 내부의 곪은 피는 내부의 갈등으로 터트릴 수 있다고 믿었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돼버린 문화원이 이제 50년이란 세월을 넘기며 새로운 ‘성장통’을 맞이했다고도 봤다.
하지만 원장의 속셈이 ‘문화원의 개인주의화’였음을 알고난 후 지역사회는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 더욱 놀란 것은 요즘 시대에도 그런 조악한 행위가 통하고 있다는 거였다. 한번 발동걸린 놀람은 멈춰서질 못했다. 웃음보가 터진 듯, 원장과 추종세력이 또다른 형태로 변질되면서 악착같이 이어졌다. 원장이 바뀌고, 다시 추종세력이 바뀌어도 그네들의 바통은 끊기질 않았다. 문화원을 사유화시키려는 복마전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면서 급기야 연거푸 해가 바뀌어도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돼버렸다.
이제 문화원은 사유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아지트로 변했다. 거기엔 원장도 없고, 사무국장도 없다. 오로지 네편, 내편이 있을 뿐이고, 직책의 허울만 뒤집어쓴 이익집단의 충혈된 눈만 가득하다.
문화원이 정상화되질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요인은 한가지다. 낚시꾼이 찌를 드리우며 뙤약볕과 새벽녘의 찬 이슬을 맞는 것은 오로지 고기를 낚고자 하는데 있다. 정상화를 훼방하는 사람들이 문화원에 머무는 이유도 문화원이 제공하는 갖가지 혜택을 얻고자 하는 것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같은 악취가 싫어선지 문화원의 한 직원이 “더이상 더러운 꼴 보기 싫다”며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며 푸념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한심이 절로 나온다.
55만 시민의 품에 있어야 할 문화원이 소위 몇몇 사람들이 들어앉아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니, 천안사람으로서 나부터 부끄러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