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경에 들른 천안역 동부광장. 경기한파 영향인지 넓은 광장에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천안역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괴소문이 돌고있다. 천안역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이 옮겨다니면서 ‘그렇게 얘기하더라’로 바뀌기도 했다. 이같은 말은 5월 중순경 명동거리에서 판페스티발을 준비하는 천안예총 관계자들 귀에도 들어갔다. ‘사람없는 축제’가 될까 우려가 보인다.
천안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말은 세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상권이 죽는 경우고, 둘째는 아산까지 이어지는 전철개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셋째는 서부광장쪽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는지의 여부다.
첫째‥ 상권이 죽어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제 천안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역무실에서 보여주는 통계자료는 대략 전철개통 전이나 후가 같고, 최근 아산까지 이어진 전철개통에도 이용객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평일을 기준으로 대략 전철이용객은 1일 1만3000명, 국철은 7000명 정도로 항시 2만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불황의 여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 세계불황까지 겹치며 예전의 상권을 지키기란 어려운게 현실. 천안역 주변도 이런 이유로 절박함이 크다.
“이곳 상권은 상당히 좋죠. 그래서 임대료도 비싸요. 몇 달전부터 발생한 불황여파 이전까지도 나쁘지 않았죠. 요즘같으면 손놓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버텨봐야죠. 그만두면 무얼 할 겁니까.” 구두점을 하는 상인은 가끔 들어오는 손님을 받느라 대화가 도막도막 끊겼다. 한명씩 들어온 손님들은 나갈때도 빈손이다. 대화에 끼어든 또다른 상인은 “(손님들이)사려고 하질 않아요. 예전같으면 마음에 들면 집는데, 요즘은 망설이다 가버리곤 하죠.”
드나드는 사람들도 줄었다. 지갑이 가볍다 보니 쇼핑은 뒷전, 오가며 들르는 음식점조차 집에서 해결할 요량인지 바삐 천안역을 빠져나간다. 그러다 보니 거리가 유독 한산해보인다.
천안역 대합실을 드나드는 이용객들은 예나 지금이나 북적거리지만, 다양한 교통이동수단과 변화로 천안인구의 증가에 비례하고 있진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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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발걸음은 많지만 상점이용객들의 모습은 예전같지 않으며, 망설이다 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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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산전철개통에 영향받나?
천안역까지 이어졌던 수도권전철이 최근 아산까지 이어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일각에선 천안역 상권이 죽는 이유로 풀이했다. “기점이자 종점인 천안역이 이젠 지나가는 경로의 하나일 뿐이잖아요. 굳이 전철이나 국철을 타려고 천안역에 들를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용객도 줄어드는게 맞잖아요.” 천안역 인근에 사무실을 둔 사람의 논리가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이같은 가설의 모순은 실제 천안역 이용현황은 전·후 2만명으로 결코 줄지 않았다는데 있다.
박시남 역무과장은 “전철이 개통됐다고 자가용운전자가 쉽게 이용수단을 바꾸진 않아요. 대중이용수단은 변화가 있죠. 버스이용객 30%가 전철로 이동됐다고 합니다.”
천안역 이용객은 최근 변화무쌍했다. 천안역 전철개통과 함께 외지노인들의 방문이 갑작스럽게 늘었지만 한 철이었을 뿐, 한두번 둘러보곤 발걸음을 끊었고 쌍용역 전철개통으로 나사렛대 학생들이 전철을 타기 위해 더 이상 천안역에 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구증가나, 천안역 인근 아파트 개발 등은 천안역 이용객 감소를 방치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전철개통은 아산에서 천안오는 사람들과 천안에서 아산가는 사람들의 이용객수를 늘리기도 한다.
즉 빠져나간 만큼 채워지고 있는 것. 이는 이용객 통계의 변함없음이 이를 반증한다. 천안역 이용객이 아산 전철개통에 영향이 있냐는 것은 ‘전체적으로 없음’이다.
셋째.. 서부광장으로 빠져나간다?
이는 동부광장쪽으로 보면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다. 예전의 서부쪽 사람들이 기차를 이용하려면 유일한 출입구인 동부광장을 거쳐야만 했다. 이 때문에 동부쪽 상가가 밀집됐고, 상권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건립으로 출입구는 양쪽으로 나게 됐다. 서부쪽 사람들의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해선 동부광장으로 나갈 일이 없어졌다. 서부광장쪽에서 출입하는 사람들이 한때는 동부광장을 이용했던 사람들이었음에는 의혹이 없다.
아직은 상당부분 개발이 안된 나대지로 있지만, 향후 서부광장측의 상권이 새롭게 나타나기는 기정사실. 그때가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부광장을 외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문제는 시의회에서도 우려를 보이고 있다. 동부측을 대변하는 의원들은 동부광장을 명소화하고, 기존상권이 회복될 수 있기를 갈망하며, 기회 때마다 시행정을 압박하고 있다. 시행정도 기존상권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가급적 노력하겠다’고 답변한다. 몇 년 새 동부광장과 서부광장을 놓고 구도심과 신도심의 경계로 이미지화할 수 있기에 향후 민원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인 것. 동부광장측 상권의 타격은 서부광장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의 숫자만큼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