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는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송 전의장의 사직서를 4월로 미뤄 처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보궐선거는 없다.’
천안시의회(의장 유평위)가 지난 9일(월) 보궐선거에 대해 ‘의회 차원에서 막겠다’고 결정하면서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비리혐의로 자진사직한 송건섭 전 의장의 의원자리를 놓고 의회가 권한을 행사하기로 한 것. 유평위 의장은 “이를 위해 해당 선거구 주민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부분 보궐선거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막아달라는 것이었다”며 “의원들의 토론 없이 의장 직권으로 의원사직서를 3월 지나 처리하겠다”고 결론지었다.
순리대로라면 의원사직서를 처리한 후 결정을 천안선관위로 넘기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보궐선거에 대한 지역여론을 파악한 후 보궐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역여론의 하나인 ‘의회입장’을 선관위에 내는 정도.
현행법상 의회가 사직처리를 늦춰 보궐선거를 치루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사직처리한 후에는 보궐선거 판단은 해당선관위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 최석구 서북구선관위 사무국장은 “원칙이 무엇이냐에 대해 선관위가 뭐라 말하기 어렵다. 우리는 사직서 처리를 통해 할 일이 발생하면 절차대로 처리해 나가는 거다. 의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입법취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1년 남짓 남은 임기를 놓고 대부분 치르지 않는 것으로 의견은 통일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의회가 시기를 늦추면서까지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해 향후 정당성 논란에 대한 불씨는 남겨졌다. 또한 이같은 지적 이면에는 보궐선거를 통한 정당들의 정치적 유․불리 입지가 숨어있다.
난상토론한 의원들 ‘무엇이 원칙인가’
유평위 의장은 “지역구 주민들이 대부분 보궐선거 치르기를 부정하고, 일부는 ‘제발 막아달라’고까지 했다. 송건섭 전의장도 의장직과 의원사직을 구분해 낸 뜻을 알게 됐다. 의장직이 오래 비면 안되니 새의장을 빨리 세우라는 뜻이고, 의원사직은 불미스런 일로 발생한 일이고 임기도 얼마 안남았으니 4월1일에 처리해 의회차원에서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해달라는 뜻이었다. 3월까지 나오는 관련의정비는 모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선거구 의원들 4명중 3명도 보궐선거에 반대의견을 낸 바, 이런 뜻을 존중해 의원사직처리는 4월1일에 하겠다”고 결정했다.
유 의장의 간곡한 이해에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서용석 의원은 “좀 더 명확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송 의장이 그런 뜻이 있었다면 차라리 4월1일 의원사직을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강석 의원도 “의회의 무원칙 결정에 멍에를 같이 쓰고 싶지 않다. 의원들의 찬․반의견을 공개해라”고 주장했다.
전종한 의원은 “순리대로 가고,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최근 전주시 완산구와 충남 논산시가 그랬다. 해당 선관위가 지역여론을 들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의원 내에서는 이같은 지적보다 유 의장의 결정에 존중하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윤세철 의원은 “나도 처음 원칙처리를 원했지만, 송 의장의 뜻이 그러하다면 의리상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수 의원은 “무엇이 원칙이냐도 규정할 수 없는 거다. 과거 국회에서도 집단사퇴 내기도 했지만 이를 정치적 행위로 판단하기 때문에 처리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는 것이 다수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거라면 의회가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유제국 의원도 “지난 의원총회에서 새 의장이 선출되면 의장에게 결정을 위임하자고 결정지은 바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원칙이다”고 거들었다.
신용일 의원도 “의장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힘을 실었으며, 전의장이었던 이충재 의원도 “이 시점에서 가장 부담이 큰 사람은 새 의장이다. 심사숙고해서 어려운 결단과 결정을 했다. 의원들간 이견은 있겠지만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평위 의장은 “좋은 고견에 감사하다. 이제 모든 것 훨훨 털고 의정활동에 더욱 전념하자. 이번 것은 밝힌 바 대로 처리하겠다”고 정리발언하며 의원총회를 끝냈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의원직 처리를 임의로 늦춰 처리하겠다는 결정에는 유감이다. 차후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이번 의회결정을 놓고 경실련은 토론회 등 다양한 대처방안을 논의중에 있다”고 전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