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밥도 질릴 때가 있다. 하지만 30년을 길러온 나무들은 뒤돌아서면 보고싶어지는 건 왜일까.
분재로 반평생을 보낸 홍의표(58․청록원 대표)씨. 서울 목동에서 시작한 분재가 김포공항과 병천 한국기술교육대를 거쳐 1년 전 성거 요방리에 정착했다.
어떤 연유로 분재를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저 좋았다. 영리목적이었다면 절대 분재원을 선택하진 않았을 거고, 지금도 그같은 생각은 변함없다. 분재는 그에게 부모가 돼주었고, 자식도 됐으며, 때론 연인도, 친구도, 스승도 돼주었다.
그런 모습에 아주 가끔 아내의 치기어린 질투도 있었으리라. 분재에 대한 그의 헌신과 애정이 ‘관리사’ 자격증도 따게 했고, 국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전국에 16명밖에 없는 (사)한국분재조합 이사로도 활동중이다.
2007년 12월, 10년만에 병천 한기대 앞의 보금자리를 떠났다. 지금의 성거 요방리터 1800㎡는 이상향을 위한 관문격. 그동안 모아둔 재산을 풀어 목천 흑성산 자락 20만㎡을 구입한 지 2년, 그곳을 자연적인 분재원으로 만드는 게 꿈이지만, 아직 통행길이 열악해 때를 기다리는 처지다.
분재를 자식처럼 귀히 여기다 보니 점점 쌓여 4000여 점에 이른다. 1~2만원짜리도 있지만, 수백년된 소나무나 100년 넘은 모과나무는 천만원대로 껑충 뛴다. 500년된 노간주 나무나 커다란 소나무는 1억원을 상회한다. 특히 노간주는 벼락까지 맞아 숯검정이 돼버린 적 있는 희귀성까지 갖췄다.
홍씨의 요즘 재미는 단연 가르치는데 있다. 그에게 배운 사람만도 50명이 넘는다. 돈벌이로만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 주1회 2시간 3개월 기초과정(10만원) 후에는 아무 조건없이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에게는 받는 것 없이 청록원의 무한대 이용권이 주어지는 것. 이미 관리사1급 자격증을 딴 회원만도 10명이 넘어섰다.
그에게 바람이람 있다면 오산시처럼 천안에도 ‘분재공원’이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그의 흑성산 자락을 분재 명소로 키우는 것이다. 외도란 전국적 명소도 결국 한 사람의 고집에 의해서 이뤄지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