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도지사는 2009년의 화두를 ‘경제’와 ‘문화예술’로 삼았다. 경제살리기는 충남도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의 로망. 다음으로 중요한 화두를 ‘문화예술’로 삼는 지역은 많지 않다.
천안은 어떨까. 요행히 충남도의 수부도시답게 천안도 문화예술의 비중을 높여놓고 있다. 근래들어 개발 위주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자연히 상대적인 ‘문화예술’ 가치가 상승한 탓이다. 2009년 천안시 문화예술의 주요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되는 ‘시립극단 창단’
천안시가 운영하는 시립예술단은 현재 5개. 이들 운영비만 한해 46억원의 시예산이 잡혀있다. 관련예산을 통틀어선 69억원이 소요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문화예술 전반에서 시예술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기도 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성무용 시장은 공약사항에 ‘시립극단 창단’을 넣어놓고 있다. 지역연극계의 바람이기도 하다. 연극계의 열악함이 시립극단으로 전이된 상태다. 하지만 추진준비과정에서 타지역의 시립극단이 대부분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이 파악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의회에서도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해 ‘무리한 추진’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시립극단 창단 자체가 아닌, 연극계 활성화인 것. 시립극단에서 선회해 효율적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총산하단체 ‘지원두배’
예총 산하단체는 미술협회를 비롯해, 연극, 연예, 문인, 무용, 국악, 음악, 사진협회 등 모두 8개단체다. 이들은 천안예술 전반을 관장하면서도 시 지원은 고작 200여 만원에 그쳐왔다.
하지만 2009년 시로부터 대우가 달라졌다. 각 협회마다 500만원이 지원, 예전보다 2배넘는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협회는 일단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설투자에 만전
시세가 급격히 커지며 인구 또한 55만으로 성장했다. 전국 234개 지자체 중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드는 도시규모다. 이에 비해 문화예술 시설은 미처 따라가질 못했다.
천안시는 올해 천안종합예술회관 건립에 25억원의 추진예산을 준비해놓고 있다. 신방통정지구내 도서관과 천안북부도서관 건립에도 각각 3000만원과 3억7600만원을 확보했다. 삼거리공원에 설치될 전통민속주 전시체험관 추진비로는 27억9200만원을, 홍대용 전문과학관 조성을 위해서는 3800만원을 배정했다.
전통민속놀이 ‘불씨 남기다’
최근들어 전통 민속놀이가 자취를 감췄다. 시골의 자연부락 단위에서조차 냉기가 흐른다. 기껏 볼 수 있는 것은 명절 전후로 척사대회(윷놀이) 뿐이다. 다행히 천안시가 추진하는 ‘정월대보름맞이 민속놀이’와 아우내문화원의 ‘단오제’가 눈에 띈다. 올해도 대보름맞이는 2500만원을, 단오제는 2000만원을 책정했다. 자연부락 단위의 고유한 민속놀이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천안시 지원으로 ‘광덕 줄다리기(시지원 700만원)’와 ‘병천 백전민속씨름대회(시지원 800만원)’가 맥을 잇고 있다. 특히 병천 가전리마을의 민속씨름대회는 해방 이후부터 매년 실시해 현재 60회를 넘고 있다.
눈여겨볼 공연들
경기한파에도 불구, 천안시는 올 한해 끊이지 않는 공연물을 올린다.
우선 매월 셋째주 금요일 ‘천원의 콘서트’를 연다. 8회 정도의 수준높은 ‘기획공연’도 끌고간다. 지난해보다 4000만원이 늘어난 3억4744만원이 책정됐다. 한여름철 열대야를 잊기 위해 제공했던 ‘반딧불 가족음악회’는 높은 인기를 받으며, 올해는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열 계획이다. 본예산에서 1억5420만원을 확보해놓고 있으며, 추경을 통해 추가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의원들도 자신들의 지역구에 가족음악회가 열릴 수 있길 희망하며, 적극 지원하는 추세다. 흥타령축제는 올해 ‘최우수축제’로 승격해 더욱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3억원 많은 18억원의 시비가 의회를 통과했고, 3억원의 정부지원금도 받는 등 예산만으로도 20억원을 훌쩍 넘는 대형축제로 가고 있다. 5월중에는 천안예술제(1억5000만원)가 열릴 예정이며, ‘천안국제e-sports문화축제’를 비롯해 ‘국제게임컨퍼런스’와 5개 시립예술단의 공연이 수시로 쏟아질 전망이다.
문화원파행 ‘종결의 해’
천안문화원의 파행이 2년6개월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막바지 싸움중에 있다. 그동안 2명의 원장과 사무국장이 갈렸다. 항상 파행의 중심에 섰던 문화원장은 현재 공석, 문화원은 외지에서 온 사무국장이 중심이 돼 천안시와 공방중이다. 문화원 건물에 대한 환수조치를 밟고 있는 천안시는 법적공방이 끝나는 상반기 안에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무국장을 비롯한 몇몇이 깨끗이 물러나는 이후로 문화원 정상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아우내문화원의 주먹구구식 운영실태도 도마위에 올라있다. 늦어도 올해엔 이들 문화원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 수 있길 문화예술인들은 희망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