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섭 의장이 제출한 ‘사직’건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사직을 받아들이는데 이견은 없다. 갈등은 사직 후에 오는 보궐선거 때문이다. 기껏 1년여 남은 임기에 불미스런 일로 5억여원의 비용이 수반되는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이 지역정서에 위배된다는 측과, 대의민주주의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절차적 정당성이 충돌한 것이다. 여기에 보궐선거 결정권한이 의회에서도 주어져있다는 것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임기 1년 미만이거나, 의원정수 4분의1 이상이 궐원되지 않은 경우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 의회는 두가지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의회가 3월말까지 사직을 받아들이면 보궐선거 여부는 관할선관위로 넘어가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1년미만’이라는 기간에 걸려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시의장 사직서의 처리시한을 놓고 1시간 넘게 공방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보궐선거를 차단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의정활동기간이 1년 안팎이라는 점과, 불미스런 일로 5억원의 보궐선거비용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 명분으로 내걸렸다. 게다가 1년 전에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사직한 의원들이 지역사회 지탄을 받았던 점을 강조했다.
김영수 의원은 “의회가 곧바로 사직을 받아들이면 선관위 결정은 보궐선거하는 쪽으로 결정될 게 확실하다”며 “책임있는 자세로 의회가 사직을 연기하면 보궐선거를 막을 수 있고, 주민들도 이를 반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충재 의원은 이에 공감하며 “사직을 연기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만 정서상으론 그게 맞다”고 밝혔다. 김동욱 부의장도 “선관위에 넘기면 99% 치러질 것”이라며 보궐선거를 확실히 막을 방법이 의회의 ‘사직연기’에 있음을 밝혔다.
반면 보궐선거비용부담을 차치하고, 일부러 연기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되는 편법으로 보는 반대의견도 제시됐다. 지역정서나 비용부담 등에 공감하지만 선관위 판단을 존중하지 못한 채 편법을 동원해 처리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전종한 의원은 “정당한 순리를 거슬러 의회가 원함에 따라 유·불리를 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비용부담에 대해서는 “그 조차도 민주주의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보았다. 서용석 의원은 “도교육감 선거도 100억 넘는 혈세가 들어가는데도 치른다”며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의회가 기회를 뺏는 것은 맞지 않다. 원칙대로 처리하고 선관위에 결과를 맡기자”고 말했다.
결국 서로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결론이 나지 않자 장기수 의원은 “차라리 오는 12월 의장선거 후 신임의장 주재하에 재논의하는 것으로 하자”고 중재했다. 의원들은 이후에도 서로간의 의견이 오갔으나, 더 이상 진전없는 채로 신임의장이 선출된 후로 논의를 돌렸다.
천시협·경실련·진보신당 ‘즉각사직처리’ 요구
의장선출과 보궐선거에 대해 지역사회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토)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천안여성의전화,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천안지회, 천안녹색소비자연대, 천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천안시민포럼, 천안아산환경연합, 천안YMCA)와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송건섭 의장의 사직서를 즉각 처리하라’는 성명을 냈다.
의회가 보궐선거(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의장직 사직서를 12일 신임의장 선출 이후 논의로 돌리자 ‘즉각처리’를 촉구한 것. 이들은 ‘보궐선거 부담을 이유로 제출된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금포탈 등 불명예스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송건섭 시의장은 마땅히 사직해야 하고, 의회는 즉각처리를 통해 재발방지와 자정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사직건이 미뤄짐으로써 발생하는 의정비 지급은 오히려 더 큰 비난과 불명예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이들은 의회가 보궐선거를 의도적으로 막는 것을 ‘편법’으로 규정했다. 보궐선거비용 부담이 있겠지만 그것은 선관위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로 넘기더라도 보궐선거를 반드시 치르도록 돼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의회, 전문가, 시민사회 등 의견을 종합해 최종판단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 의회는 자신들의 입장과 견해를 전달하면 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진보신당충남도당(대표 안병일)도 논평을 내고 의장의 사직서를 즉각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부정부패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물러나는 의원들 때문에 보궐선거를 치르는 시민들은 피곤할 뿐’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원인제공자에게 선거비용을 환수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하자는 의회 특별결의문이라도 발표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중선거구제인 점을 고려, 재보궐선거로 소요될 비용 5억원은 경기한파로 얼어붙은 빈곤층의 복지예산확충에 쓰여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학수 기자>
천안아산경실련 성명 ‘의회 교황선출방식 폐지해야’
지난 7일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시의회의 의장선출방식과 관련해 성명을 냈다.
경실련이 요구한 건 ‘의장선출방식의 투명성’. 그동안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의원간 담합과 이합집산, 상임위원장 자리 나눠먹기 등 부작용과 파벌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것은 ‘교황선출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교황선출방식이라 지적받은 의회 의장단선거는 별다른 입후보 절차없이 의원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은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의사전달과 개별적인 비밀선거운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갖가지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 예로 지난 후반기의장선거를 들었다. 비리혐의에 연루된 송건섭 시의장은 의장선거과정에서도 동료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동료의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얼마를 전달했는지가지 기술된 제보가 있었고, 현 시의장 스스로도 거액의 돈을 인출해 동료의원들에게 전달할 의도는 있었으나 실행하지는 못했다는 본인진술, 그리고 관련 시의원들을 조사한 결과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무혐의 처리했다는 검찰수사결과를 언급했다.
이에 경실련은 현행 교황선출방식을 폐지하고, 소신있게 출마의사를 밝히고 후보자등록과 정견을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그들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장의 비리혐의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으로 위법사실이 있다면 일벌백계하고, 의회는 뼈를 깎는 자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신속한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