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아직 낯선 단어인 ‘한국 조류보호협회 천안지부’를 15년간 운영해온 이동근(51) 지부장. 그의 올해 조류보호 활동은 생계고와 맞물려 평작을 유지했다.
“할일은 참 많습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조류보호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죠. 경기불황에 작은 가게를 열다보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유롭지가 못한 상태에요. 그래도 올해 못한 일들, 내년에 열심히 해봐야죠.”
조류구조활동은 1년에 대략 40건이 발생하며, 이중 70%가 천연기념물이 차지하고 있다. 구조활동 빈도가 높은 새는 황조롱이, 부엉이류, 새매다.
예전 같으면 치료시스템이 갖춰진 서울 소재 조류협회에서 치료받았으나, 2년 전 천안 관내에도 쌍용굴다리 옆의 ‘굿모닝24시 동물병원’이 지정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새는 근육도 없고 뼈도 속이 비어 마취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호흡기 마취기를 사용하는데, 굿모닝24시가 유일하게 갖추고 있죠.”
다행히 천연기념물만은 치료비가 나오고 있다.
천안시 유량동에 소재한 천안조류협회 사무실
이 지부장이 새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조류협회 활동에 필요한 ‘장비구입’과 ‘교육프로그램 운영’이다. 천안 관내도 보호·관리해야할 많은 천연기념물이 숨쉬고 있는 곳. 이런 이유로 탐조장비와 밀렵감시용장비, 지프차량이 필요한 사항.
“먼저 시급한 밀렵감시용장비를 시에서 구입·지원해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속에 필요한 지프차량은 제가 사더라도 최소한의 차량유지비를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철원을 비롯해 파주, 밀양, 김제, 군산 등 일부 자치단체가 차량을 지급해주고 있는 것은 검토해볼 문제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새소리는 평화로움을 던져준다. ‘새가 죽으면 생태계도 죽는다’는 조류협회 구호처럼 이 지부장은 자신이 경험했던 사례를 들려준다.
“한번은 어느 산행에 나섰는데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을 맛보았죠. 온몸이 닭살돗듯 무서움에 치를 떨었죠.”
김소월 시인의 시 ‘산유화’의 후절구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에서 표현되듯, 새는 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이 지부장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너무 시끄러워 조치해달라는 제보민원을 받고 문화동 중부방송 옆으로 출동하니 철탑에 둥지를 튼 새는 매과의 ‘새홀리기’였다.
“개활지를 삶터로 삼는 새홀리기를 도심 한복판에서 본다는 건 절대 흔한 일이 아니죠. 점차 터를 잃어버리면서 도심으로까지 밀려들어온 것이라 봅니다.”
이같은 소식을 듣고 TJB대전방송에서 취재해 가기도 했다.
12월 들어선 커다란 소쩍새를 구조했다. 15년간 조류협회활동을 해온 이 지부장도 서너번 밖에 못봤을 정도로 희귀한 새다.
“보통 구조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농약이나 쥐약 등 2차 약물중독에 의한 상태가 많고, 가끔 포도밭에서 먹이를 찾다 철조망에 걸려 날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쩍새도 약물중독이었죠.”
올 겨울에는 밀렵감시에 나설 예정이다.
“단속보다는 홍보계도에 맞춰야죠. 경광등이 부착된 차량만 운행되도 밀렵꾼들의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특히 올무는 무척 위험하다. 산길을 잘못들어 올무에 걸리기라도 하면 발목뼈 등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 멧돼지나 고라니 등을 잡기 위해 처놓은 올무는 크고 묵직하기 때문이다.
밀렵감시 외에 올 겨울은 특별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1월 중순경 ‘파주 독수리먹이주기’ 행사에 무료체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
“여하튼 내년은 올해보다 바쁘게 뛸 겁니다. 현재 18명인 회원수도 늘리고, 준회원제 등을 둬서 활동비용도 자체충당하는 등 뭔가 새로운 변화를 도모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