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기분나쁜 ‘쇠사슬’로 시작됐다.
24일 아침 출근길에 문화원 직원들은 현관에 벌어진 일을 두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현관이 굵은 쇠사슬로 묶여있고, 2개의 크고작은 현수막이 걸려있던 것. 거기에는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 폐쇄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차안에서, 또는 인근 편의점에서 현관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은 ‘황당무계’한 일을 화제로 삼았다.
지난 24일(수) 아침, 권아무개가 천안문화원 현관을 쇠사슬로 굳게 잠가놓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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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는 ‘정상화를 위해 잠시 폐쇄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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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짓’ 또는 ‘돈키호테짓’
‘천안시장·문화를 사랑하는 천안시민들의 모임’으로 내걸린 현수막은 실제 권아무개 개인이 벌린 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왜 천안시장을 들먹이냐”며 어이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권씨는 이틀 전인 22일(월)과 23일 문화원 개폐자물쇠 구멍을 이물질로 막아놔 열쇠수리공을 불러들이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천안문화원 파행 2년4개월동안 권씨의 문화원과 관계된 요상한 행적을 보인 것은 두차례. 한번은 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문화공연을 벌이기로 했다가 전날 취하해 수천만원을 손해봤다고 알려졌고, 또한번은 기름통을 갖고 시청에 찾아간 사건이다. 문화원정상화를 명분으로 삼아 분신이라도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줬지만, 주변 설득으로 조용히 물러갔다.
쇠사슬로 현관문 양쪽을 잠궈놓은 행위에 대해서는 문화원이 이미 경찰에 고발조치해 놓은 상황. 정승훈 문화원사무국장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고발해 놓았다”고 밝혔다. 문화원측은 ‘미친짓’으로 규정했다.
이같은 행위에 문화원정상화를 갈망하는 사람들도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대체 무엇을 의도하는지 모르겠다. 돈키호테같은 짓 보다는 정상화를 발목잡는 그네들을 설득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네들로는 문화원사무국장과 전 임시의장을 맡았던 임모씨를 가리켰다.
문화원재산환수 공방
천안문화원의 장기적 파행에 천안시는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재산환수’ 절차를 밟고있다. 이같은 결정은 많은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요구해 이뤄지기도 했다.
재산환수와 관련해선 문화원이 점유권 연기신청을 넣은 상태다. 천안시 승소를 예정하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보자는 심산. 지난 24일 법원에선 첫 심리공판이 열렸다.
천안문화원이라는 ‘법인’을 붙잡고 정상화를 발목잡고 있는 것은 몇몇 사람. 특히 박태서 문화원이사는 “정확히는 사무국장 한명 뿐”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해 다들 떠났는데 아직 버리지 못했다”며 “그도 재산환수가 이뤄지면 떠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파행중에 전 원장이 임명한 사람으로, 타 지역에서 넘어왔다.
하지만 문화원의 한 직원은 전에 그가 ‘끝까지 물고늘어지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며 “쉽지 않을거다”고 말했다. “재산환수 관련 소송은 6개월 정도 걸리고, 당연히 천안시가 승소하겠지만 그네들이 훌훌 털고 나갈 거란 보장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