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섭 천안시의회 의장이 비리에 연루되며, 19일(금) 정례회 폐회식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송 의장 대신 김동욱 부의장이 행사를 진행했다.
느닷없이 송건섭(한나라당) 천안시의회 의장의 ‘개인비리’건이 터졌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가 일파만파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알려지기로는 누군가의 투서가 검찰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투서의 내용은 ‘송 의장이 2005년과 2006년 대전충남양돈농협조합장과 축협중앙회 이사로 있을 당시 건설업체의 불법대출을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을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송 의장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수개의 차명계좌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장 자택과 의장직무실, 축협에 대한 일체 압수수색을 통해 10억원 가량의 자금흐름을 파악한 상황. 검찰은 송 의장에게 자금을 건넨 업체관계자 2명을 지난 16일 구속했다.
불똥은 좀 더 큰 폭으로 튈 전망이다. 송 의장의 이같은 불법비자금이 2006년 후반기 의장선거에 쓰여졌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의장선거시 동료의원들에게 대가성으로 쓰여졌다는 것과 함께, 구체적인 의원이름까지 거명되고 있다. 민주당측 한 관계자는 “우리도 조심스럽게 알아보고 있다. 깨끗함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에 행여 연루의혹이 있을까 알아보고 있는데 소속의원 5명이 거론된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의원이 어디까지 연루돼 있느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측 관계자도 “2명의 시의원이 있지만 거리가 멀다고 하더라”며 부인했다.
송 의장은 지난 7월5일 후반기 의장선거에 나서 21표중 12표를 얻어 당선됐다. 의회 내 한나라당 소속의원은 모두 14명으로, 뒤늦게 나온 유평위(한나라당) 의원은 7표를 얻었다.
한편 시의회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를 모두 끝낸 19일(금) 정례회 폐회식은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냈음에도 환하게 웃는 의원이 없었다. 한 의원은 “의장직분을 가진 사람이 비리의혹을 받는 것이 달갑지는 않은 것 아니냐”며 “의장은 법에 해명하겠다며 물의를 빚어 미안하다고 표명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아직 죄의 유무가 드러난 것은 아니니 어찌 하겠는가” 하고 말했다.
지역사회 촉각
19일(금) 한해를 마감하는 정례회 폐회식에 송 의장은 어디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도 꺼져있는 상태다. 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전날 의장 직무실에 잠깐 나오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인지 송년회도 폐회식 직후 오찬으로 가볍게 끝냈다.
송건섭 의장과 의장선거는 이미 전반기에 복선이 깔렸었다. 전반기 의장선거에도 출마의지를 보였지만, 당시 비리의혹이 인터넷에 떠돌자 “깨끗이 정리하고 후반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의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송 의장의 비리의혹을 담은 글이 인터넷에 보이길래 전화했노라고 했다. 별로 신뢰성이 없다 여겨 듣지도, 보지도 않고 흘려버렸다”고 전했다. 정확히 그것과 이번 비리의혹이 연관성을 가졌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시점적으로는 일치해 보인다.
여하튼 의원들은 검찰이 내사중에 있는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다. 한 의원은 “우린 뭐라 못한다. 여죄가 드러나기 전까지 의회 입장을 뭐라 하겠느냐”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쪽이다.
시민단체측은 좀 더 발빠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시민단체간 연대제의도 오가고 있어 조만간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안·아산경실련은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려다 지난 15일(월) 검찰의 기자회견이 무산되자 발표를 유보했다. 정병인 경실련사무국장은 “공식발표가 없어 애먹고 있다”며 “개인비리측면 보다 의장선거방식의 문제점을 짚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성명서 내용에는 교황선출방식과 느슨한 윤리, 겸직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개선방안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서울시의회가 의장선거에 대가성 돈이 오가는 등 불법이 적발돼 전국적인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천안시의회가 자칫 의장비리와 함께 불법의장선거로 도마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