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포토」 아홉번째이야기 초대장에는 유럽의 어느 옛 건물이 배경으로 서있다.
휴먼포토 14명의 회원들과 옛 건물이 웬지 자연스럽다. 서성강 도사진작가협회장도 있고, 백추현 전 천안시사진작가협회장도 회원이란 건 휴먼포토가 오래 됐다는 것. 또는 오래된 사람들의 동우회라는 것을 은근히 알려준다.
“벌써 9회째를 맞았네요.”
책상에서 초대장 작업에 열중인 조상희 회장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이번 13일(토) 9번째 회원전을 갖는 이들의 작품엔 주제가 없다. 굳이 찾자면 이들이 자주 가는 ‘시장풍경’이라고 할까. 시장이라도 멀리는 못가고 충청권 내 시장을 돈다. 예전과 달라진 건 난전 찾기가 점점 힘들다는 거다.
“왜 있잖아요. 넓은 공터가 갑자기 시장바닥으로 변하는 것을요. 하루종일 팔아야 2~3만원 손에 쥐고, 얼마 팔지 못하면 점심도 굶는 억척같은 시장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요즘 천안 내 시장은 출사를 나가지 않는다. 예산이나 금산 등 좀 더 외진 곳, 아직은 개발이 덜 된 오지 장터를 찾아다닌다.
굳이 회원들이 장터를 전전하는 것은 이들의 추구하는 바가 닮아있기 때문이다. ‘휴먼’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왁자지껄한 장터가 사람사는 맛이 나서 좋다는 얘기다. 사람 각각의 표정도 살아있고, 흥정하고 때론 시비붙고 평상시 볼 수 없는 물건들도 각양각색으로 끌려나오는 곳. 바로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게다.
가끔씩은 외지출사도 다닌다. 얼마 전에는 여수 우슬목을 다녀왔다. 각자 직장이 있다 보니 매월 한차례 출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10년을 맞는 내년에는 ‘향토작가’가 되려고도 한다. 지역에서 소재를 찾는 ‘주제전’을 가져볼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된 건 아니다. 55만 시민이 모여사는 천안, 이제는 사진작가들의 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보자는 의지가 충만하다.
“최근 몇 년동안 천안시나 충남도의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죠. 하지만 아직 사진작가들이 활동할 무대가 없더군요. 우리에게 부족한 면도 있고, 시행정의 전략부재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향토작가로서 공익성을 앞서 보이면, 지역사회와 소통의 기회도 많이 생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