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시회장에서
서울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6년전 천안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윤순복(56)씨. 남편을 따라 성환에 배과수원 6000㎡를 재배했다. 남들은 ‘궁둥짝’만하다지만 초짜농사꾼 부부에겐 벅찬 일. 게다가 순복씨는 농촌에 와서 ‘화가’란 직분에 더욱 빠져버렸다.
남편은 어릴적 추억이 가득 담긴 고향마을 곳곳을 설명해줬다. 골목길 끝에 버려진 낡은 자전거나 담 밑에 핀 꽃을 그림소재로 택했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지천에 깔린 게 들꽃. 도심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느덧 그의 집에 150점을 키우는 ‘야생화 마니아’가 돼버렸다. “1년에 두어번 배밭을 찾는 것이 다죠” 하는 남편은 순복씨가 시골에서 그렇게 적응해가는 것이 싫지 않은 눈치다.
지난 일부터 일간 천안시민문화회관에서 개인전시회를 가졌다. 작품의 모델은 대부분 그가 키운 야생화들. 이미 사연을 가진 작품도 있다. 한 잡지사가 화보로 사용하면서 호주의 한 단체에까지 이름을 알리게 된 것.
순복씨 작품에는 ‘장구채’나 광덕산 깊은 산중에서 마주친 ‘우산대’가 등장한다. 무덤가에 많이 피는 ‘조개나물’은 과거의 추억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회상’이란 작품명을 달았다.
야생화 외 다른 특색을 찾는다면 다분히 ‘가톨릭’적 향기가 배여있다. 과수원을 경영하지만, 오로지 남편 몫. 대신 그림과 가톨릭이 온전한 생활을 채웠다.
지역사회에 화가로서의 소통은 아직 미흡한 상황. 친분관계로만 몇몇 왕래하는 게 전부다. 인천에서의 사귐을 떨치지 못해 아직도 인천미협의 회원. 천안에 내려와 2번의 개인전을 치렀지만 천안전시회는 이번이 처음. 감회가 남다르다.
“앞으로는 좀 더 관계를 넓혀가야죠. 천안이 내 삶터인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요.” 천안전시회도 전보다 지역과의 관계가 깊어졌기 때문. “부족하지만 내 그림활동이 지역사회와 소통되길 원해요. 때로 그림에 주제를 부여해 맛깔스런 성환배의 우수성도 소개하고, 고즈넉한 농촌마을이나 천안의 향토애를 발현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