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모이고 연습하고 공연하지만 아직 모두가 모여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단다. 기껏 두세명이 빠진 기념사진이 전부다.
평민들의 음악반란. 그렇게 말해도 될까.
2008년 천안의 몇몇 음악인들이 모여 ‘풍경소리’란 공연팀을 만들었다. 서로가 처음부터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 음악인이란 말도 무색했다. 대부분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샐러리맨. 음악은 다만 취미였을 뿐이다.
그런 이들이 김태형(51)과 남태일(45)씨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무안이 고향인 김태형씨는 5년 전 천안 소재 직장에 발령받아 천안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남서울대 요양보호사협회장으로 있다. 노래부르기에 심취한 그는 신부동 집에 1억 넘는 돌비시스템을 갖춰놓기도 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한 이 없다고, 그는 노래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태형씨와는 달리 남태일씨는 원래부터 천안사람이다. 전공을 살려 관내 3개의 안경점을 운영하면서도 그의 진정 즐거움은 색소폰 연주에서 찾는다. 2년 여를 하루 대여섯시간씩 연습광으로 보낸 끝에 일반관객 앞에 듣기좋은 연주를 들려줄 정도의 실력을 닦았다.
이들이 가진 ‘순수’와 ‘열정’이 가까운 음악인을 불러모았다. 경기민요가 이안복가 합류했고 듀엣가수 김지원(38)·김선미(40), 오카리나 김혜원씨가 동료가 됐다. 성악가도, 통기타 가수도 찾아들었다.
결성이 이뤄지자 지난 5월 코레일과 협의하에 전국 8개곳 역광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실력과 다양한 장르가 맛깔스럽게 어울리면서 대부분 공연에 박수갈채를 받았다.
“우리에겐 ‘우리’ 외에 아무 것도 필요없어요. 보통 단체활동에 가담하다 보면 이기적인 마음들로 순수함을 잃고, 그래서 갈등과 다툼이 번지죠. 순수로 뭉친 풍경소리는 애초부터 그런 고민이 없어요.” 이안복 부단장은 단원 자랑에 침이 마른다.
다만 최근 창립한 ‘생활음악협의회(회장 전두환)’에는 가입했다. 작은 물줄기가 모아져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풍경소리도 ‘따로 튀는’ 행동보다 함께 어울리는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풍경(風磬)’은 절이나 누각 등의 처마 끝에 다는 경쇠로, 수행자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천안에서부터 널리 울려퍼지길 소망하는 풍경소리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