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좋아 평생을 꽃과 잎이 아름다운 식물이라면 눈에 보이는 대로 수집해온 지 60여 년. 분재와 난, 야생화와 세계의 희귀식물을 수집해 재배하고 있으며 그동안 모여온 목본류 1300여종, 난과식물과 관엽식물 1800여 종, 기타 산야초화류 700여 종, 근래에 아서 수집한 무늬식물 목본류 200여 종을 1만2000㎡의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다. 그중 유원농장의 동백무늬종은 자생종동백으로 한 품종에 오색엽, 복륜엽, 중투엽, 산반엽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몇 년간 교배하면서 재배해온 나팔꽃을 소개한다.
나팔꽃은 예부터 한국 전역에 자생한 메꽃과 식물로서 자세한 근원은 알 수 없으나 메꽃 비슷한 꽃들이 빨간색, 하늘색, 남색으로 피며 잎은 심장형으로서 보편적으로 작은 잎이 많았고 더러는 메꽃 2배 정도의 큰 꽃으로 잎은 세방향 화살잎형으로 덩굴성으로 울타리나 나무에 감고 올라가 남색 빨간색의 진한 꽃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나팔꽃을 즐겨기르는 이유는 어린시절에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인 교장선생이 교무실 앞에 여러 가지 꽃들을 화분에 재배했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하면 화분 앞에 서게 된다. 그중에서도 나팔꽃 몇 화분의 꽃이 언제고 반겨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좋은 품종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 시간 공부를 끝내고 다시 화분 앞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시들어간다. 그 아름다운 꽃이 불과 몇 시간만에 시들고 말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또다시 화려한 꽃을 피워 반겨준다. 7월부터 10월까지 꽃은 아침마다 계속 피었다. 이러한 추억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들꽃재배가 댁을 방문했다가 옛 나팔꽃을 발견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추억의 나팔꽃과 흡사하였다. 빨간꽃에 흰 테두리와 길죽한 화살 바이올린잎이 옛 생각을 되새기게 하여 몇 포기를 얻어가지고 왔다.
마침 지피식물을 하고 있는 제자가 일본에 간다고 하여 나팔꽃 종자를 부탁하였더니 두봉지 20여 알을 구해왔다. 한 품종은 옥직희, 한 품종은 청운, 하늘색과 백색이었다.
일본에서 온 흰꽃 품종의 잎에 무늬가 들어있어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화분재배에 정성을 다하였더니 붉은꽃과 하늘색꽃, 그리고 흰꽃이 제대로 피어 열심히 수분수 교배를 하여 제2세의 종자를 얻게 되었다. 종자 한송이에 결실된 종자의 색채를 관찰해 보니 흰색, 검정색, 회색 등으로 다른 점을 발견하여 소중히 품종별로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4월에 파종하였더니 일주일 후 하나 둘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
흰 종자에서는 무늬종 잎이 많이 나왔으나 검은색 종자에서는 무늬잎이 조금밖에 나오질 않았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려는지 조바심이 갔다. 그러던 어느날 옛적에 교장선생이 순을 따주던 생각이 나 두마디 위순을 시험삼아 몇 포기 따주었다.
순을 다주지 않고 그대로 키운 나팔꽃보다 순을 따준 포기에서 먼저 꽃이 맺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흰꽃 종자에서 무늬잎 위에 파란꽃에 흰 줄무늬꽃이 큼직하게 피어 눈을 황홀하게 하였다. 그뿐 아니라 검은 종자에서는 진남색꽃이 대형화로 피었고 잎은 바이올린 창끝형으로 아름다웠으나 잎에 무늬가 들어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계속 연구하면 틀림없이 원하는 무늬잎에 태평양과 같은 짙은 남색꽃이 나오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시험재배를 계속해온 결과 3년만에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 혼자만이 보고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꽃들이다. 미인박명이란 말이 이 나팔꽃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러나 한여름 아침 5시부터 10시경까지 3·4개월간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피어나는데 더욱 매력을 느끼면서 현재 20여 가지 이상의 꽃을 감상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욕심은 한나절까지 지지 않는 나팔꽃을 만들어 보는 연구에 여생을 마치고 싶다.
앞으로도 크고 아름다운 잎을 가진 나팔꽃, 가지각색의 꽃이 필 나팔꽃, 한나절까지도 지지 않는 나팔꽃이 나올 때까지 연구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