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최근 임명순 연구원이 발견해낸 능소 관련 시나리오.
천안삼거리에 내려오는 전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천안향토문화연구회(소장 김성렬)가 그동안 수집한 천안삼거리 관련 전설은 총 7가지. 큰 줄기로 나누면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가 기존에 알려진 능소와 박현수 이야기라면 다른 하나는 두 종형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능소와 박현수 이야기’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시대적 배경이 분명하지 않지만 천안삼거리에 능소라는 기생이 있었다. 능소의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는 삼남의 길손들에게 의해 널리 알려졌다. 어느 날 전라도에서 편모슬하에서 가난하게 살아온 박현수 선비가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삼거리 주막에 들렀다가 능소와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약속했다.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천안삼거리 주막에 찾아와 능소와 만난다.>
이같은 내용에 첨삭이 된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홍종국(연기군 전의면 소정리)씨에게 전승돼온 것으로 <능소와 운우정을 나눈 박현수 선비는 과거를 보러 서울에 올라가 동관묘에 참배하며 시 한수를 지었다. 다음날 시제는 ‘관운묘’로, 박 선비는 장원급제한다>는 내용이다.
또다른 하나는 내용이 단순·명료하다. <한 청년이 어린 딸과 고달프게 살아가던 중 왕명으로 수자리를 가게 됐다. 힘없이 찬안삼거리까지 와서 주막집 들마루에 앉았다가 눈물 흘리는 까닭을 묻는 주모에게 이같은 사정을 털어놨다. 맡아 길러주겠다고 하는 주모에게 어린 딸을 맡긴 청년은 마침 이른 봄날 물이 오르기 시작한 버들가지를 몇가지 꺾어 천안삼거리 길목에 심었다. 청년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떠나갔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천안삼거리에 심은 버들만 무성한 채 오늘까지 푸르름을 자랑한다>는 줄거리다.
‘종형제 이야기’
‘두 종형제 이야기’는 여지껏 들어본 적 없지만, 천안삼거리 능수버들과 밀접한 전설을 담고 있다. 내용인 즉 이렇다. <옛날 어느 마을, 한 생원 밑에 외아들과 부모잃은 조카가 친형제처럼 자랐다. 이들이 장성하자 근처 마을에서 혼담이 들어왔는데, 나이많은 조카보다는 생원의 친아들과 혼인하기를 원하였다. 동생은 형의 사주를 써넣고 집을 나갔다. 생원은 병환으로 몸져 누웠고, 형은 난처한 상황으로 길가는 준수한 청년에게 사정해 후행으로 가 줄 것을 원하였다. 이렇게 하여 초례와 신방을 치른 후 후일 과거에 급제한 후 친영지례로 맞이하겠다는 편지를 써놓고 사라졌다. 몇 해의 세월이 흐른 후 종형제와 당시 후행해준 청년 셋이 모두 급제했다. 동생은 재상가의 딸과 성혼하고, 준수한 청년은 생원의 딸을 신부로 맞이했다. 이들 세쌍의 신혼부부는 천안삼거리에서 만나 삼거리의 한 길씩 맡아 버드나무를 심고 이를 기념했다.>
삼중당이 발행한 책의 ‘천안삼거리’란 이야기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여기서는 현재의 ‘흥타령’이 생긴지 200년 가량 된 것으로, 이 노래가 생긴 내력을 종형제 이야기로 풀고있다.
이외 삼거리 관련자료들
이외에 천안삼거리와 관련있는 것으로는 1933년 삼천리 잡지에 게재된 파 인(작가)의 희곡시나리오 ‘능수버들’과 1964년 만들어진 영화시나리오 ‘천안삼거리’가 있다. 이들 자료는 최근 천안향토사학자 임명순씨가 서울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 중앙도서관에서 찾은 것이다.
‘능수버들’은 천안삼거리를 배경으로 산적에게 죽임을 당하는 춘삼을 구하려는 팔련의 이야기다. 몸을 더럽히면서까지 춘삼을 구하고 목숨을 끊은 팔련을 버들가지 속에 싸고 삼거리 버들방축을 걸어가는 춘삼의 애달픈 노래가 여운을 남긴다.
영화시나리오 ‘천안삼거리’는 천안 입장 사람으로, 가수 최희준의 ‘인생은 나그네길’의 작사가이기도 한 김석야씨가 1964년작으로 신영균, 엄앵란, 신성일, 황정순 등이 출연했다.
내용은 당쟁의 참변을 당한 유능수가 같은 처지가 돼 자기 집 머슴살이를 하는 총각과 사랑을 맺는다. 하지만 음탕한 사또가 그녀를 탐해 투옥하고, 때마침 암행어사가 행차해 그들을 구출하는데 그 어사는 바로 투옥된 총각의 동생 박현수였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