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안수환’ 하면 “시인 아닙니까” 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천안을 벗어나면 ‘안수환 시인이 사는 천안’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한때 외지대학에서 스카웃제의도 있을 만큼 유명세를 갖기도 했지만 “천안 문학토양의 거름이 되겠다”는 나름의 철학의지가 지금껏 지역에 머물게 했다.
그는 천안연암대학에서 교수로 있으면 ‘신들의 옷’, ‘징조’, ‘풍속’, ‘소심한 시간’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천안을 소재로 한 왕성한 시 창작활동을 해왔다.
그런 안수환 시인이 최근 예총 내에 ‘시창작학교’을 연다고 해서 지난 1일(수) 삼거리공원 벤치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주름살이 하나 늘어있었다. 그런 눈치를 챘는지 안 시인은 최근 1년반쯤 ‘무기력증’에 빠져 지독한 낭패를 맛봤다고 엄살을 피운다.
“지난해 정년퇴임할 때만 해도 여행 등 그동안 못해본 것들 실컷 해보자 좋어. 근데 그게 아니더란 말야. 여행도 잠시, 매일같이 강단에 서서 바쁘던 사람이 하릴없이 쉬다 보니 끝간데 없이 적막하고 고독해지는데….”
손사레를 치면서까지 ‘악몽같던 나날’로 표현할 만큼 질색했다.
“팍 늙는다는 게 뭔지 알겠어. 건강까지 헤치는 데는 대책이 없는 거야.”
다시 정신 좀 차리자 한 게 얼마 안됐단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과 만나 뭣좀 해보자고 들이밀었다. 10여년 동안 해오다 천안문화원 파행과 더불어 그만뒀던 ‘시창작교실’에 접근하자 “예산이 없어도 좋아. 그깟 것. 그냥 하면 보람도 있고 더 좋지.”
‘연금’이라는 믿는 구석도 있었지만, 예전에 가졌던 향토문학발전에 대한 열정이 지펴진 것이다. 또한 공백기의 고독감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하고싶고, 해야된다는 강박관념도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천안예총 부설 ‘시 창작학교’(문의: 561-1522)가 예총 강의실에서 오는 10일(금) 1년과정으로 문을 연다. 수강료는 무료며, 입회비(1만원)만 받는 것으로 했다.
“주부들 중에는 예전 시인의 꿈을 간직했던 문학소녀들이 있어요. 10명 정도가 딱 좋지만, 더와도 받아줄 겁니다. 그동안 10명 넘게 등단도 시켰으니, 문학의 꿈과 잠재력을 일깨우길 원한다면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