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에 메머드급 음악협의회가 탄생했다. 예총 단위의 음악협회가 있지만 관내 음악단체들만의 단일화 기구는 처음, 천안의 음악문화에 새 지평선이 열린 게 아니냐는 기대가 높다.
지난 20일(토) 오전 10시30분 천안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천안시생활음악협의회(이하 생음협·대표회장 전두환)’가 창립식을 가졌다. 73개 단체 1815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규모면으로 전무후무.
생음협의 목적은 ‘생활음악이 살아숨쉬는 문화예술도시 구현’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을 이루는 것이며, 이에 앞서 협회소속단체들간 상호교류가 절실한 상황. 이들은 향후 축제 및 페스티발 추진, 상설공연장 및 공연무대 확충, 문화봉사활동 등 적극적인 실천사업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창립과정 ‘10개월 여’
그동안 많은 음악인들이 생음협과 같은 기구결성을 원했지만 개별적인 푸념 정도에 그쳤었다. 그러던 것이 본격화된 건 2007년 10월25일 생활예술동아리 모임을 갖고부터다.
당시 전두환 천안예총 기획실장이 관내 40여개 생활예술동아리들을 초대했으나 참여단체팀은 20여개팀. 절반이 나왔지만 대화를 나누기엔 충분했고, 진행된 대화는 생음협 창립의 단초가 됐다.
“당시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천안 관내 생활예술활동의 어려움과 열악함을 호소했죠. 결국 결집력이 필요하다는 것, 서로간 정보교환 등 상호협력이 절실하단 걸 알게 됐던 거에요.”
전 대표에 따르면 ‘생활예술단체’란 포괄적 연계성이 미치는 힘이 미약해 2008년 4월17일 ‘생활음악’이란 좀 더 구체적 공통점을 갖고 2차모임을 갖게 됐다. 1차모임이 전 예술인들의 푸념이 주제가 됐다면 2차모임은 생활음악인만을 뽑아 활성화의 실질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연합체를 결성하자는 취지. 공감대가 형성되자 5월 천안예술제 판프린지 무대에 이들 34개 단체(263명)가 참여하며 폭발적 힘을 과시했다. 이후 5차 창립준비총회를 거쳐 생음협의 정관이 만들어졌고 73개 단체 1815명이 가입, 9월20일(토) 창립식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김학수 기자>
성공을 위한 극복과제들
생음협이 일차적으로 거대한 조직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바람직한 협의회로 운영될 것인지는 의문점. 대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직의 실용성이 미비하다. 1명의 대표회장 주변엔 명예회장을 비롯해 상임고문과 자문위원, 상임위원장, 부회장, 이사 등 34명이 포진돼 있다. 반면 실질적으로 내부조직을 운영하고 기획·실천하는 기획위원들은 구성돼 있지 않다는 점은 ‘속 빈 강정’이 되기 쉽다는 지적. 한 관계자는 “순수 동아리 음악단체들이 결합하는데 이렇듯 화려한 조직망은 자칫 정치화되거나 형식적으로 흐를 여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성패를 좌우할 사업방향도 구체화돼있지 못해 아쉬움을 던져준다. 축제나 페스티발 추진을 주요사업계획으로 잡고 있지만 천안시 예산지원 없이는 움직임이 쉽지 않다. 생활음악축제라든가 합창축제, 관현악축제, 오카리나페스티발, 앙상블축제, 통기타축제, 락페스티발 등을 열거해놓고 있지만 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할 지는 미지수. 그동안 부문별 축제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내부결집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데, 부문별로 일부가 참여한 생음협이 그같은 결속을 일궈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자금의 확보다. 현재 생음협의 자금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회비방식도 아니다. 그렇다고 바로 기업체후원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형국에서 ‘기금조성사업’을 어떻게 추진해나갈 것인지 염려가 되는 상황. 기금조성의 성패여부는 일단 생음협 협회운영에 대한 검증이 되고나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방대한 소속단체들의 만족감은 어떻게 충족시켜 줄 것인지, 기존의 개별단체 활동과는 색다른 생활음악의 활성화는 어떻게 일굴 것인지, 갈등관계의 경쟁단체간 화합중재 등은 생음협이 출발선상에서부터 가져가야 할 과제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