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2년간 지속된 파행은 결코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6살짜리 상식만 있어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욱 꼬여가는 작금의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면 다분히 ‘이권’이라는 마(魔)가 끼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목숨건 파행세력의 행태를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까지 흐름의 맥을 짚어보자. 파행의 중심이던 전 원장과 사무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2년간 지속된 문화원 사태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사들의 책임이 따른다. 기존 사무국 직원들도 모두 떠난 마당에 이사진의 전원사퇴는 상식적인 것.
‘새술은 새푸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지역사회의 애정어린 관심 속에서 문화원이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수많은 소망이 잘못된 일인가.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문화원을 훌륭히 윤영해 나갈 인재를 찾아보자는 주장은 지극히 바람직한 정상화 수순이다.
그런데 요상한 일이 벌어졌다. 파행의 주도적인 책임자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만천하에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고, 욕을 먹어도 ‘어디서 개가 짖냐’는 듯 귀·눈막고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는 것은 왜일까. 게다가 문제아가 또다른 문제아를 끌어들이는 모습은 마땅찮다.
왜일까. 왜 그럴까. 물음표를 던져놓으면 역시 상식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앞서 밝혔듯이 바로 ‘이권’ 때문이다. 이권은 크게 명예욕과 권력욕, 물질욕이 있다. 원장이나 부원장, 이사가 되면 명예나 권력, 물질이 따르는 직·간접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그같은 임원진에 힘을 보태준 이들에게도 각종 문화원 사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 이같은 유추는 기자의 생각만이 아닌, 벌써 많은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두거리다.
가설을 세우고 맞는지를 추적해나가는 과학자들처럼 좀 더 지켜보면 우리 눈에도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들의 부끄러운 실태를 관찰자로서 엿보는 것도 재밌을까. 그러기엔 지역사회의 아픔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