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 파행이 지난 4일로 만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문화원은 만신창이가 돼버렸지만 얻은 것이라곤 권연옥씨가 문화원장 자리를 물러났다는 것 뿐. 또한 정상화보다는 오히려 사적욕심을 앞세워 혼돈으로 몰아넣은 이사들에게 지역사회 비난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사회 파행의 시작은 권 전 원장이었지만, 파행을 유지시킨 건 전적으로 이사들에게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천안문화원은 이사자격이 문제시되는 이들이 주도권을 쥐고 신임 문화원장을 추대하려 하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이사회가 또다른 파행의 분수령. 천안시청과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시의회, 언론 등 대부분이 반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사들의 횡포가 계속되는 한 천안문화원은 머지않아 ‘해산’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변에서는 이미 해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크다..
현 상황으론 해산이 능사?
현 천안문화원 운영진은 권연옥 전 원장측 사람들이 많다. 이사들 대부분이 권 전 원장이 불러들인 사람이며, 대의원과 일반회원들마저도 상당부분 권 원장 사람들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이 때문에 문화원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행위도 편파성을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원이 내부 인사·운영권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이들 사업을 보조·지원하는 곳은 천안시청이란 점이 2년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가능케 했다. 천안시는 개입할 권리가 없지만 각종 예산지원을 끊음으로써 더 이상 파행의 확대를 막을 수 있었다. 2년간 원장 업무추진비나 직원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사업이 막히며, 그간 자체운영을 강행한 문화원은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 이미 알려지기로는 전 사무국장 둘이 수천만원의 미지급된 인건비를 놓고 권 전 원장을 법정에 불러놓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정리해보면 결국 천안문화원은 ‘파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금에사 권 전 원장과 이사들이 전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혀도 천안시는 문화원 적자운영을 메워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성규 시 문화관광과장은 “천안시가 사단법인인 천안문화원을 예산지원해주는 이유는 문화원의 정상운영으로 인해 지역문화에 유익함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화원 파행기간을 책임질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즉 천안시는 문화원 2년간의 파행동안 쓰여진 운영비를 소급적용해줄 예산이 단 한푼도 없다는 것. 이런 입장에서 문화원은 자체법인에서 빚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정상화 운영은 요원한 일.
천안시는 천안문화원이 ‘이사진 전원사퇴’ 등의 정상화 노력 없이 그들만의 운영을 주장한다면 차후 두가지 방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현재 문화원 해산절차를 밟은 후 새로운 형태의 천안문화원을 설립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성환문화원과 아우내문화원을 승격시켜 천안문화원을 대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일(월) 문화클린네트워크와 천안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천안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이사진 일괄사퇴를 외쳤다. 이들은 천안문화원 이사들이 시민의사를 거스르는 동안 자칫 50년 세월을 버텨온 문화원을 붕괴시키는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며, 조속한 시일내에 입장을 분명히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현재 문화원 직원과 일부 전·현직 이사진도 가담했다. 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윤선현, 박태서, 이영순, 황각주 이사 등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대다수 이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김학수 기자>
<천안문화원 현 이사명단>
임병현, 권연옥, 황각주, 배상목, 이순식, 박인희, 김무호, 정승훈, 강육모, 김상균, 이숙경, 이상태, 최한규, 오명숙, 이규태, 조창렬, 김종구, 이영순, 안달아신, 조상호, 박태서, 이 란, 김명근, 윤선현, 박승연, 조용국, 김종회, 박충순, 임필재, 박정숙 이상 3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