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박문수 어사묘를 찾아가면서 천안시의 문화재 관리실태가 ‘엉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문화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시 의지가 말뿐인가 의심이 든다.
먼저 박 어사묘가 있는 북면 국도변 진입로의 팻말부터 문제다. 팻말 자체가 작은데다, 각종 팻말속에 끼어있어 눈에 잘 안띄었다. 게다가 북면에서 병천가는 길에선 팻말조차 보이지 않는다. 낯선 이방인이나 초행길에 진입로를 찾기는 무척 어려운 일.
진입로에 들어서도 2~3㎞ 가는 길에 맞닥뜨린 양갈래길은 차를 멈추게 만든다. 달랑 ‘은석사’길을 알리는 표지판만 있을 뿐, 정작 박 어사묘나 고령박씨 종중재실을 알리는 표지판은 볼 수가 없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 찾기도 힘든 상황. 벌컥 욕이라도 튀어나오거나, 화난 채 되돌아가고픈 생각이 들 정도.
어렵게 찾아간 고령박씨 종중재실은 단아한 풍경을 던져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다. 유물관은 오래전 닫혀있는 채로 거미줄만 엉겨있고, 종중재실은 박문수 어사 후손이라는 늙은 내외가 살고 있었다. 최근 이곳에서 보전·관리하던 유물 500여점 전부가 천안박물관으로 빠져나가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듯한 인상이다. 종중재실 앞에는 박문수 어사란 역사인물을 알리는 표석만이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은석산 소로길로 10여 분 올라가면 박문수 어사묘가 있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의 기대감을 짚어볼때 ‘요 정도’로 만족해 할까. 실제 박 어사에 대한 일화나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왜 이곳에 묘자리를 삼았는지, 엄행어사 시절 대표적인 사건해결 일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박 어사가 당 시대에 어떤 영웅이었는지,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교훈을 던져주는지 등.
대형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장하는 등 일련의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아는지. 좀 더 적극적인 문화역사 관광지로의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