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9월5일 천안문화원 사태가 벌어진지 22개월만인 지난 4일(금) 권연옥 천안문화원장이 사퇴했다. 사무국장의 비리의혹을 주장한 권 원장으로부터 시작된 파행이 결국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수순을 밟은 것. 당초 비리의혹으로 표면화됐지만, 근원적 파행의 문제는 문화원장의 독재운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속에 지역사회와 문화원장의 싸움이었기도 했다. 지난 4일 문화원장이 스스로 물러가겠다는 사퇴의사를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괴멸 직전의 천안문화원이 다시 소생의 꿈을 갖게 됐다. 마침 총 파행기간이 악마의 숫자로 불리는 ‘666일’인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권 문화원장의 결자해지는 ‘형식적’인 사안에만 그쳐 문제의 심각성은 그대로 남아있게 됐다. ‘잘못에 대한 책임통감’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여론에 떠밀려서 부득이 사퇴한다는 명분을 권 원장이 갖고 있는 이상 현재는 문화원 정상화의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이다.
언론출입을 금한 비공개 이사회 회의에서 권연옥 문화원장은 ‘문화원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가 고발한 원장의 업무방해 및 공금횡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 받았다. 이제 거리낌 없이 나간다”는 사퇴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측과 범대위측은 업무방해나 공금횡령의혹, 지난 2월 총회시 절차적 문제 등은 분명히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로 보고 ‘경찰조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검찰송치가 됐던 만큼 검찰발표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이사회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불미스런 행위들은 권 원장이 떠나면 곧바로 ‘문화원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다시 흐리게 만들고 있다. 지원예산을 묶어놓고 있는 시행정도, 정상화를 간절히 원하는 범대위도 ‘좀 더 지켜보자’는 인내 밖에는 보여줄 게 없었던 사퇴표명이었다.
정상화 가능한가
권 원장이 4일자로 사퇴한 상황에서 천안문화원 정상화의 걸림돌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우려되는 것은 권 원장이 원장직만 물러났을 뿐,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는데 있다. 성추행으로 벌금500만원을 선고받고, 비리의혹혐의를 받고 있는 권 원장. 잘못이 없다는 그와, 문화원 파행의 주범을 권 원장으로 보는 지역사회의 시각적 괴리가 너무 크다. 또한 파행의 책임을 지고 기존 이사진들이 일괄사퇴 후 권 원장이 불러들인 새 이사진 진용도 지역사회가 수용하기엔 부담스러운 존재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은 “권 원장이 물러났으나 시스템이 그대로인 점은 정상화와 여전히 거리가 멀다”며 “이사직에서도 깨끗이 물러나고 이사진도 바람직한 정상화를 위해 일괄사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도 정비를 통해 백지상태에서 문화원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원했다.
시행정에서도 보는 시각은 비슷하다. ‘새 술은 새 푸대에 담는다’고, 문화원 파행이 장기화된 책임에는 문화원장을 비롯한 문화원 소속 관계자들의 몫이 크다는데 공감. 이런 이유로 문화원장을 비롯해 이사진, 직원, 회원까지도 새로운 시스템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천안시 한 관계자는 “현 이사진들이 문화원이 거듭나는데 있어 어떤 적법한 역할을 할 지 검증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동안 2년 가까이 문화원 파행으로 지역사회가 상처를 입은 만큼 온전한 정상화는 급히 서두르기보다 정확한 검증절차를 통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목적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문화원 이사회는 원장 사퇴에 곧바로 임병현 부원장을 직무대행으로 추대하고 신임원장 선출건과 사무국장, 직원 인사 등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원장사퇴로 문화원 정상화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사진의 행보에 따라 ‘파행의 이어달리기’가 될 지 건전한 시스템을 갖춘 ‘거듭나기’로 시민의 사랑을 받는 문화원이 될 것인지는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