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의 파행은 문화원장과 직원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특히 파행의 단초가 된 것은 문화원장의 ‘이정우 사무국장’에 대한 비리의심. 그리고 법적조사가 의뢰됐다.
직원은 모두 떠나고, 사무국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명예찾기를 시작했다. 또한 진행과정에서 문화원장의 성추행이 드러났다. 파행 2년을 앞둔 현 상황에서 국장은 천안시민의 상을 신청하기 위해 원장 도장을 허락없이 사용한 이유로 ‘사문서 위조’라는 2심 법원판결을 얻고 ‘벌금100만원’을 물게 됐다. 반면 문화원장은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성추행’인 점을 인정받아 ‘벌금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는 동안 직원 뿐 아니라 문화원 식구였던 수강생들과 이용객들이 발길을 끊었다.
문화원장은 최근 추가비리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중에 있으며, 이정우 사무국장은 ‘무죄로 명예가 회복되더라도 문화원 파행의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고 한 약조를 지키기 위해 지난 17일(화) ‘사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작 파행의 원인이 된 ‘국장비리’건은 결국 ‘국장죽이기’라는 비극적 결말과 수많은 피해자만 양산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파행의 책임이 있는 문화원장은 아직 묵묵부답인 채 홀로 문화원을 지키고 있어 지역사회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
이정우 사무국장 사퇴입장서 전문
저는 오늘 2년여 기간동안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천안문화원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합니다. 지난 시간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애정으로 지켜봐주신 많은 분들에게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천안문화원을 떠나면서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문화원을 지켜왔던 사랑하는 직원들이 문밖으로 뛰쳐나가기까지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했던 제 무능과 문화의 향기를 드높이던 천안문화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현실을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참담함 속에서 이제 마땅히 그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그동안 적잖이 힘듦을 겪으면서도 어쩌면 저 자신을 먼저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때때로 엉킨 심사와 가슴에 쌓인 분노마저 조용히 삭일 수 있는 이 내려놓음을 마음에 두지 못한 채 일상의 굴레탓만을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진정 보여지는 것보다 정서의 빈한함이 발걸음을 더 무겁게 얽어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지혜의 소경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봅니다.
무엇보다 이런 저런 소리들로 맘 상할 때마다 맺은 그 인연을 탓하며 굳게 닫다버리던 편협한 제 좁은 심성을 가다듬으며 2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가슴저리는 그동안의 고통들, 법정투쟁의 외로운 여정과 굴욕적인 처사를 감내해야 했던 불안한 시간들은 이제 가슴속에 남아두려 합니다. 다만 천안문화원의 온전한 재건을 보지 못한 채 이렇게 물러나는 비겁함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겠지만 문화원을 향한 그 마음만은 지켜야겠다는 각오 속에서 그간 억울했던 부분이 일부 해소되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나서렵니다.
그동안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사님들과 문화사랑문화가족 회원님들, 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협의회 여러분들, 그리고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주셨던 많은 기자님들, 부족한 저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고충을 당하셨던 분들께 머리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모쪼록 천안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겼고 뜨겁게 사랑했던 천안문화원이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문화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실 것을 눈물로써 호소합니다. 그래서 예전의 직원들이 돌아오고 많은 문화동아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문화원을 다시 찾고 예전처럼 정보지와 사료집을 펴내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문화의 전당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온전한 인격체로서 시민문화의식을 고양시켜가는 문화원 본래의 기능과 순수하고 건강한 생명력을 하루빨리 되찾기를 정말 간절히 원하면서 사퇴를 고합니다.